[한마당- 정원교] 馬雲의 인생역전

입력 2014-09-19 03:20
‘못 생기고 왜소한 루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과거는 이렇게 묘사되곤 했다. 그는 1964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중·고교 모두 3∼4류 학교를 다녔다. 중·고교 입시에서는 각각 한 번씩 낙방했다. 대학교는 가오카오(高考·수능시험)에 두 차례 떨어진 뒤 삼수생으로 겨우 항저우사범대(영어과)에 입학했다.

마윈은 외모도 좀 재미있다. 야윈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나온 데다 키는 160㎝를 겨우 넘을 정도다. 외계인이나 원숭이처럼 생겼다고 그를 비하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취직을 못해 생고생을 했다. 군 입대를 거부당하고 경찰 모집에도 떨어졌다. 취업시험 낙방 횟수가 30번 넘는다고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다.

이런 점은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 창업자인 리옌훙(李彦宏)과는 크게 대비된다. 그는 고향인 산시(山西)성 양취안(陽泉)에서 명문 양취안제일중·고교를 나왔고 베이징(北京)대 정보관리학과에 진학했다. 그 뒤 미국 유학(뉴욕주립대 버펄로)을 거쳐 월스트리트,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고 바이두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그는 외모도 준수하다. 그야말로 ‘엄친아’라고 할 만하다.

이렇듯 ‘루저’ 마윈이었지만 영어 공부를 위한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다. 외국인을 위한 무료 여행 가이드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에 대학 영어강사직을 얻으면서 취업 낙방생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영어 실력을 인정받게되자 번역 일감이 쇄도해 번역 회사를 설립할 정도였다. 이어 저장성 교통청 요청으로 미국 출장을 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인생 역전의 계기를 맞는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처음 접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윈의 순자산은 218억 달러다. 중국에서 첫 번째 부자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비해 리옌훙은 세 번째 부호로 꼽혔다. 알리바바는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윈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IQ도 높지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성공했습니다.” “남자는 억울한 일을 많이 겪을수록 그릇이 커지고 포부도 커집니다.” 여기서 청년실업 때문에 어깨가 처진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억울하다고 좌절하는가. 그럴수록 왜 더 큰 꿈을 키우지 못하는가.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