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성인이란 지나가는 그림자일 뿐/ 나는 나에게 돌아가기를 구하리라/ 갓난아기나 어른이나/ 그 마음은 하나인 것을”(나에게 돌아가기)
조선 후기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1737∼1805)과 쌍벽을 이뤘던 혜환 이용휴(1708∼1782)가 쓴 산문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당대 비범한 필력을 소유한 문장가였다.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 인간 본연에 오롯이 집중하는 글을 다수 집필했다.
글을 닮은 삶 또한 화제였다. 28세 때 생원시에 합격했지만 당대 사대부들이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것과 달리 재야를 고집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그를 두고 “벼슬에도 나아가지 않은 신분으로 문단의 저울대를 손에 잡은 것이 30여 년이었으니, 이는 예로부터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고 평했다. 한문 문장에서 쓰이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다른 발상을 글로 구성해 당대 문인들로부터 ‘기이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책은 ‘삶의 길, 죽음의 자세’ ‘세상 밖으로, 예술 속으로’ 등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인간에 대한 그의 성찰과 시와 그림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이용휴의 전집을 출간했던 박동욱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조교수와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부교수가 산문 367편 중 46편을 새로 번역하고 평설을 달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혜환 이용휴의 시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철학
입력 2014-09-19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