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선물하는 사람들

입력 2014-09-20 03:01
참 많은 선물을 받으며 산 것 같다. 명절이나 생일이면 거르지 않고 매년 선물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음식을 한 상 차려오는 지인도 있고 매년 김장을 담가다 주는 지인도 있고 생일이면 잊지 않고 생일잔치를 해 주는 지인도 있다. 그들은 달력에 내 생일날 빨간 동그라미라도 쳐 놓는 것인지 오랜 세월 잊지 않고 마치 연중행사라도 치르듯 선물을 하곤 한다. 우리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는 지인도 있다. 어버이날이면 시골에 계신 우리 어머니 선물까지 챙겨 보내는 딸 같은 지인도 있다. 올 추석에도 많은 선물을 염치없이 받으면서, 선물을 받을 때마다 하는 생각을 또 해본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내게 선물을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그들에게 해 준 것이 없다. 나는 그들의 생일을 챙기기는커녕 그들의 생일도 모르는 정말 염치없는 사람이다. 아무리 기억을 해 보아도 내게 선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 준 것은 없다. 이따금 선물을 해 오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전혀 내가 예상치 못한 사람인 경우가 있다. 선물을 할 만큼 나에게 받은 것이 없는 사람들이 선물을 주는 것이다. 어떤 뜻으로든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감사를 할 줄 모르는 경우가 있거나 해롭게 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받은 것도 없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무언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기억해 주는 일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사실 선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남다른 것이 있다. 마치 ‘감사 DNA’를 갖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좋은 것만 감사로 기억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복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살고 이웃을 돌아본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받고 산다는 행복 포만감에 차 있다. 물질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감사로 부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나님께 최상의 선물인 ‘감사하는 마음’을 받은 사람들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