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기회 과잉 시대가 만든 우유부단 ‘메이비族’

입력 2014-09-19 04:38

요즘 젊은 애들은 누구인가. 그것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인 듯 하다. 그들은 새로 등장한 종족이고,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20대 세대론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한 특징을 포착하는 데 그칠 뿐 세대 전체를 담아내는 데는 실패하기가 쉽다.

이 책은 독일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32세 젊은 저널리스트가 쓴 자기 세대 보고서이다. 유럽 특히 독일의 20대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요즘 젊은 애들’에게 ‘메이비 세대(Generation Maybe)’라는 이름을 붙인다. ‘maybe(어쩌면, 아마)’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어딘가에 잘 정착하지 못하며,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을 요약하는 단어로 선택됐다.

저자가 보기에 ‘메이비족’은 주의력 결핍과 결단력 박약이라는 공통의 증상을 앓고 있다. 경제적 풍요와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시대보다 기회는 많아졌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묻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며 저자는 자신이 속한 젊은 세대의 비극을 ‘결정장애’로 설명한다.

“우리는 방향을 잃었다.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병적으로 모든 결정을 미룬다… 우리 앞에는 이제까지 그 어떤 시대보다 더 많은 옵션들이 놓여 있고, 우리는 사상 최대의 과잉 기회와 씨름하고 있다.”

‘결정장애’를 자기 세대의 지배적 분위기로 내세우지만 책은 여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식, 애플, 섹스, 음악, 음식, 정치 등 여러 주제들을 훑어가며 젊은 세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우리는 …다”라는 문장이 수십 개 등장한다. “우리는 고위직에 오르고 싶은 욕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최초의 세대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거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우리에게는 누구를 찍느냐보다 무엇을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등등.

저자는 삶에 대한 모순된 희망이야말로 자기가 속한 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안정이야”라고 외치면서도 재미와 모험을 포기할 수 없고, 무엇보다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기는 한데 그 관계는 어디까지나 쿨해야 한다는 모순, 완벽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삶을 즐길 줄도 모르게 돼버리는 모순… .

이 책은 정밀한 분석의 세대론은 아니다. 마치 ‘난 그냥 우리 세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지금 20대의 내면 풍경과 세대적 특성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한국과 유럽 사이에는 경제적 격차와 역사·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데도 참고가 될 만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