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울평화상에 ‘과거사 사죄’ 메르켈 獨총리

입력 2014-09-18 04:33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통해 인류 평화를 실천해온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제12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과거사 왜곡으로 주변국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자주 대비돼 온 인물이다.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종 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서울평화상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해 제정됐다. 이철승 심사위원장은 “과거사 사죄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각성시킨 공로를 인정해 메르켈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회는 메르켈 총리가 과거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등에 대해 이스라엘과 전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했으며 이를 통해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2005년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듭 사과했다. 이듬해 3월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통해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며 이스라엘 국민에게 공개 사죄했다.

동서화합과 평화분위기를 고취시킨 서울올림픽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격년제로 시상한다.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첫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국경없는의사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무함마드 유누스 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향후 메르켈 총리의 방한 계기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며 20만 달러(2억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메르켈 총리는 수상자 선정 소식에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서울에서 직접 상을 받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심사위 측은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