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법인화 적자 숨기려 발전기금 등 446억 돌려막기

입력 2014-09-18 05:34
서울대가 법인화 전환 이후 적자를 피하기 위해 장학사업 등을 위한 발전기금과 기타 간접비를 끌어다 ‘짜맞추기’식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기반 구축 등을 이유로 법인 전환을 했는데 적자예산을 편성할 경우 학내 안팎의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11년 말 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가 올해까지 3년간 이렇게 전용한 ‘타 회계 전입금’은 446억원에 달한다.

1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2012년 2월 서울대 제2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예산 실무자는 “올해 재정 수요가 증가했지만 법인 전환 첫해에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며 “본부와 각 기관 예산을 일괄 삭감하고 발전기금과 간접비에서 보충했다”고 보고했다. 법인 전환 직후인 그해 서울대는 6377억원 예산 가운데 144억원을 발전기금과 간접비 등 타 회계 전입금 명목으로 책정했다.

발전기금은 개인·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장학사업과 시설 확충 등을 위한 것이다. 간접비는 산하 연구기관에서 연구과제를 수주했을 때 인건비·시설사용료 명목으로 학교가 가져가는 돈이다.

당시 서울대는 수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과 인건비 증가로 적자예산(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첫해부터 적자예산을 짤 경우 학내 반발이 극심해질 것을 우려한 학교 측은 발전기금 등에서 끌어다 적자를 가렸다.

지난해에는 전입금이 더 늘었다. 6888억원 예산안을 짜면서 타 회계 전입금으로 182억원을 편성했다. 발전기금 전입금이 58억원, 간접비가 107억원이었다. 올해는 소폭 줄여 발전기금에서 32억원, 간접비에서 100억원을 들여왔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교 측이 학내 반대 여론과 법인화 ‘시범 케이스’란 부담감 등에 이런 일을 했던 것 같다”며 “당시엔 총장이 이사장을 겸임해 이런 일이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기금은 서울대의 ‘쌈짓돈’이란 비판이 많았다. 지난 7월 교수들에게 연구장려금 명목으로 500만원씩 총 95억원을 지급할 때도 발전기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후 시간강사료가 부족하다며 올 2학기 미술대학 전공과목 7개를 폐강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발전기금에 여유가 있었다면 학생 교육복지 향상에 활용해야 했다”며 발전기금 정보 공개를 학교에 청구하고,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국회에 호소할 방침이다. 서울대 기획처 관계자는 “발전기금과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일정액을 받긴 했지만 적자예산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해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