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임영록 해임 전격 결의… KB사태 새 국면

입력 2014-09-18 04:08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을 해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금융위원회가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린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KB사태가 일단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임 회장이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더불어 집행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한 만큼 향후 법원의 판결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격론 끝 해임 결의한 이사회=KB지주 이사회는 1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회장을 해임키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모임은 간담회를 먼저 열어 이사회 멤버들의 뜻을 확인한 뒤 정식 이사회를 열어 해임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사들은 회의 직후 임 회장 자택을 방문해 자진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임 회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하면 추후 정식 이사회를 열어 해임을 의결할 예정이다. 해임안이 최종 의결되면 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다만 이사직은 주주총회 결의 전까지 유지할 수 있다.

지난 15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이사회가 임 회장에게 등을 돌려 사퇴를 요구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KB지주의 사외이사인 서울대 김영진 교수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 금융 당국이 징계를 내리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징계 결정이 한 사람을 사퇴시키기 위해 이뤄진다면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며 임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임 회장의 자진 사퇴, 나아가 해임에 대해 압박하고 있고 KB사태 장기화로 이사회의 책임론까지 부상하고 있어 이사회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졌으며,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KB 정상화를 위해 사퇴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외 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가진 이사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KB금융의 혼란한 상황을 해결하고 조직을 보호하려면 임 회장을 해임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임 회장이 회장직은 잃게 됐지만 만약 법원이 임 회장 손을 들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대해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은 시일이 오래 걸리나 집행정지는 통상 2∼3주 안에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법원의 판단 뒤에 해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회장직에서 해임된 만큼 법원이 아예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할 가능성도 있다.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임 회장은 회사 측의 법적 조력이나 경비 지원 없이 혼자서 소송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비용적 부담뿐 아니라 감독 당국이 임 회장 소송에 맞서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어 싸움이 힘들어 보인다.

◇당국도 소송 준비 나서…전면전 예고=금융 당국은 임 회장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티면서 금융 당국 안팎을 뒤흔드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해왔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어떤 조직이든 그 장에게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게 있다”면서 “금융회사 CEO에게 요구하는 것이 원만한 조직 운영과 철저한 내부통제인데 그 문제에서 임 회장이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이득을 취한 게 없어 잘못이 없다는 임 회장 태도는 그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이 이사회에도 임 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해 왔고, 임 회장의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 왔기 때문에 임 회장의 행보에 대해 당국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파악해 왔다. 이미 소송전 등은 예상된 수순인 만큼 법적 대응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이미 지난 12일부터 금융위·금감원 공동으로 법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해임 결의를 하면 소송도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한번 ‘사퇴 권고’를 한 이사회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은애 조민영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