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책위 ‘폭행 시비’… 임원진 총사퇴

입력 2014-09-18 04:50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의 일부 임원들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대리운전 기사와 시민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김병권 위원장을 비롯한 대책위 임원진 9명은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7일 0시40분쯤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뒤 거리에서 김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유가족 5명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를 말리던 행인 2명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가족들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함께 식사한 뒤 0시2분에 대리기사 이모(52)씨를 불렀다. 5분 뒤 이씨가 도착했을 당시 이들은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 거리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제는 이씨가 이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어가자 “안 가실 거면 돌아가겠다. 다른 사람을 부르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비가 붙었고 이어 유가족이 “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며 폭행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간여 동안 임원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 등 임원진 전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대책위는 “이번 일로 실망한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위원장 등 사건 관련자들은 18일 오전 경찰에 출두해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새 위원장단 등 집행부 재구성을 위해 21일 총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대리기사 이씨와 행인 2명, 목격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다. 또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함께 있었던 만큼 수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김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