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고의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직접 촉구키로 한 것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의 최대 변수로 부각된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동북아 평화협력 역시 구호에 그칠 뿐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위안부 문제, 인권 차원에서 해결 촉구=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한다면 이는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인 인권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 인권 유린의 상징적 사례인 만큼 ‘위안부=인권=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접근법을 통해 문제 해결을 직접 촉구한다는 의미다.
사실 다자 정상회의에서 양자 현안을 언급하는 것은 관례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인권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제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외교적 부담도 한결 덜게 된다. 단순한 한·일 간 현안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도전이라는 취지다.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선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표현 수위 막바지 검토 중=청와대는 이런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 기조연설문의 위안부 표현 수위를 놓고 막바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또는 영어권 표현인 ‘전시 성노예’ 등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전시 여성의 인권 침해’ 수준의 표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 관련 내용이 막판에 수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제사회도 이 문제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끔찍하고 지독한(terrible and egregious) 인권 침해”라고 표현했다.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위안부 문제 공동 연구도 합의된 상태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접촉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예정된 공식 만남은 없다. 그러나 총회 기간 여러 차례 같은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조우는 가능하다. 이 기회에 아베 총리와의 짧은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박근혜정부 통일구상 종합판 천명=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또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 및 동북아 평화협력 의지를 총 정리한 종합적인 구상을 담을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올해 천명한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구상은 물론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과 홍보의 장이 된다는 뜻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7일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에 통일과 역내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부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정부의 대외정책을 밝히면서 강력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연설은 또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북한 고립이 아닌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도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문은 열려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대박론 구체화를 위해선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나 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북한과의 대화 및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여러 현안과 의제를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근혜 대통령 9월 24일 유엔총회서 기조연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권차원서 해결 직접 촉구
입력 2014-09-18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