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고 판사가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둘러싸고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날선 논쟁을 벌였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는 판단 받는 사람”이라며 검사의 겸허한 승복을 요구한 반면,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도한 불구속 재판이 법치를 흔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쟁은 지난 7월 익명을 요구한 한 영장전담판사가 “검사가 판사에게 항의성 전화를 해 영장 기각 사유 등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글을 법률신문에 게재하면서 불거졌다. 법조계에서는 ‘쉬쉬해 온 문제를 잘 꼬집었다’는 일선 판사들의 평과 ‘수사 목적의 전화를 지나치게 폄훼했다’는 검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삼승(67·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지난 8월 “검사가 판사에게 항의전화를 하는 것은 법조후진적 사태”라는 취지의 칼럼을 대한변협신문에 기고했다. 양 변호사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고위 법관 출신 원로 변호사다. 그는 “헌법상 법적분쟁의 최종 판단자는 판사”라며 “축구선수가 심판보다 축구를 못해서 판정에 승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들이 수사에 매몰된 나머지 헌법적 가치 등 기본원칙을 내버리고 있다”며 “검사가 수사 현실에서 기본을 지키기 어려우면 최소한 이를 지키려는 판사의 결정에 저항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의 글이 공개되자, 검사 출신 변호사가 나섰다. 부장검사 출신 김사일(69·사법연수원 7기) 변호사는 지난 1일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이 엿보이는 글”이라는 반박 글을 변협신문에 게재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를 심판에 비유한 것은 판사 우월적 발상”이라며 “판검사는 축구시합과 달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협력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영장 결과에 대해 검사가 판사에게 전화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구치소에 있어야 할 피의자가 버젓이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김하중(54·사법연수원 19기) 전남대 교수도 “대법원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하면서 황당한 영장기각 사례들이 수없이 발생했다”며 “판사들이 기각 사유를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만 기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3년 법원에 청구된 구속영장 10만9620건 중 1만4879건이 기각돼 13.5%를 기록했던 기각률은 지난해 3만3116건 중 6010건이 기각돼 18.1%로 늘었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중하게 청구하는데도 기각률은 오히려 늘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양측 입장 모두 이해할 만한 점은 있지만 현직에서 은퇴하신 원로 변호사들께서 검찰과 법원의 대리전을 치르듯 논쟁하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검사는 영장결과 승복을” VS “과도한 불구속 재판 법치 흔들어”… 전관 변호사들 출신별 ‘아전인수’
입력 2014-09-18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