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당무 복귀] “돌 던지면 맞겠다” 강경… 시한부 대표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4-09-18 04:25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 복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탈당 파동’과 관련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지금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17일 복귀 기자회견문은 세월호 정국에서 대정부·여당 강경 투쟁 의지와 당 혁신 촉구 표명으로 압축된다. 그는 당내외 상황에 대해 “돌을 던지면 맞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자신을 죽이고 당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당 내분은 현재진행형이고 강경파 반발은 여전하다.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강경 대응과 당 혁신 깃발로 복귀=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국회에 최후통첩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라며 날을 세웠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이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면서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복귀 일성으로 세월호법 문제를 선봉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라는 ‘당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박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당이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박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온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이 상당히 분개했다”며 “다투고 싸우는 정치적 상대라도 상대방이 넘어져 괴로워할 때 와서 밟는 건 반칙행위”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짧은 기자회견 동안 당 혁신 필요성을 수차례 밝혔다. 박 위원장은 “환골탈태, 그 말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60년 전통의 뿌리만 빼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애초 기자회견문에는 당권경쟁 비판 및 당 혁신을 요구하는 내용이 좀 더 강한 어조로 담겼지만 지도부 인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누그러졌다고 한다.

그는 초유의 당대표 탈당 논란에 대해서도 “그동안 저의 잘못에 분노한 분들은 저에게 돌을 던지시라. 그 돌을 제가 맞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예상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퇴근길에 자택 앞에 있던 취재진을 피해 발길을 돌린 뒤 인근 지인의 집에서 3일간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한 의지에도 시한부 대표에 동력 미지수=박 위원장의 이런 강력한 의지가 대여 협상에서 실제로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원내대표로 협상에 나선다지만 청와대·여당의 태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완고해졌다. 여기에다 세월호 유가족이 폭행 사건에 연루돼 가족대책위 위원장단이 총사퇴하는 악재마저 터졌다. 세월호법 협상 환경이 훨씬 나빠진 것이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도 일단 복귀를 수용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조속한 시일 내 원내대표직 사퇴’라는 단서를 달았다.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직 사퇴 시점과 관련한 당내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얘기다. 유승희 의원은 강경파 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 측의 후임 비대위원장 선출과 원내대표직 조기 사퇴 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의원은 “사퇴 시기에 대해 ‘조속히’라는 말로 표현했기 때문에 조속히 원내대표직을 사퇴한다는 부분을 수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직 사퇴 시기에 대해 양측의 해석이 엇갈릴 경우 또다시 충돌할 공산이 크다.

또 박 위원장이 후임 비대위 구성 역할에 한정된 ‘시한부 위원장’이라 혁신 요구가 당내에 파급효과를 불러오기도 힘들어 보인다. 비대위 구성도 지역위원장 임명, 차기 전당대회 룰 조율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함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