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여당 배려않고 대치정국 더 꼬이게 해”… 與 일각, 볼멘소리 터져나와

입력 2014-09-18 04:16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및 여당 지도부 회동 발언에 대한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집권 여당을 배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으로 대치정국만 더 꼬이게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전날 당·청 회동을 놓고 “당이 한방 먹었다”는 자조까지 나왔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그러나 단독 국회 강행 방침을 시사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새누리당 비주류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17일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어제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을 보면서 느낀 건 정국이 꼬이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꼬이면 여당이, 여당이 꼬이면 청와대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출구를 열어주는 정치를 해야지 출구를 탁탁 틀어막아 버리면 그 책임은 결국 정부와 여당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당·청이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을 ‘마지노선’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출구는 못 열어줄망정 쪽박까지 깨면 정치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부터 당까지 일사불란하게 ‘이게(재협상안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협상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원유철 의원은 정부의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침 등에 대해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위한 국민 설득은 정도를 가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을 비판했다. 원 의원은 “정부의 증세 릴레이에 국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서민 부담을 줄이고 소득이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조세 형평성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쓴소리가 이어지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 도중 터졌던 눈의) 실핏줄이 또 한 번 터지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재오 의원과 과거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로 함께 협상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그때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이렇게(강하게) 말씀하신다”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재오 형님’ 말씀을 경청해서 협상에 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도 “에어컨 하나만 더 켜자. 덥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협상 가이드라인을 세세하게 정하는 등 고자세로 당·청 관계를 일관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의 노력을 무시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진행하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전날 당·청 회동으로 청와대가 다 가져간 꼴”이라며 “당이 한방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야당과의 협상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새 대표체제에서조차 수직적 당·청 관계가 극복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김 대표는 비상 시나리오를 마련해서라도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건강한 정당의 모습”이라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규합해 단결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절대 수정이 안 되는 사안”이라며 “야당과 마냥 합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