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자살 여군 중위 사건 대대장 가혹행위 혐의 기소… 또 뒤바뀐 수사 결과

입력 2014-09-18 04:42
육군이 2010년 자살한 육군 27사단 심모(여·당시 25세) 중위의 당시 대대장 이모(40) 소령을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심 중위의 자살 동기도 ‘실연 비관’에서 ‘상관의 가혹행위’로 정정됐다. 육군 스스로 4년 전 수사의 오류를 인정한 것으로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육군은 17일 “심 중위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이 소령이 심 중위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돼 지난 16일 이 소령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비롯해 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등 5가지다.

가혹행위는 사건 당시 대대장이던 이 소령이 부하 심 중위가 부대 내 병사와 교제 중인 사실을 알아낸 뒤부터 시작됐다. 심 중위에게 사적인 교제 정황을 진술토록 강요했고 ‘특별관리’를 빌미로 수시로 대대장실로 불러 1∼2시간씩 면담했다. 또 주말이나 심야를 가리지 않고 위치를 보고토록 했고 밤새 운동장에 단둘이 있도록 강요했다.

이 소령은 장교와 병사 간 교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교제한 병사는 징계명령이 내려진 것처럼 서류를 꾸며 영창에 보냈다. 심 중위에게는 “장기복무를 원하면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라”고 협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육군 관계자는 “당초 자살 원인으로 결별에 중점을 뒀으나 재조사해 보니 대대장의 가혹행위가 더 큰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사망했고 이 소령이 심 중위의 일기장을 불태워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 증거가 인멸되도록 방치했다는 점에서 부실한 초동수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심 중위는 2010년 3월 20일 부대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자칫 묻힐 뻔했지만, 지난 6월 이 소령이 17사단에서 여성 장교를 성희롱한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으면서 재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자살 동기에 직무연관성이 밝혀져 심 중위에 대한 순직 처리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