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수천t 쇳물 콸콸… 인도네시아 포스코 ‘일관제철소’

입력 2014-09-18 04:12 수정 2014-09-18 19:06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제철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민 법인장은 “적도 근처에는 제철소를 안 세우는 게 업계 상식이었지만, 포스코는 상식을 깨는 파격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제공
크라카타우포스코 용광로에서 뜨거운 쇳물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코 제공
국산 자동차가 없는 걸까, 보이지 않는 걸까. 2억5000만명에 이르는 인구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수도 자카르타 거리 곳곳에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일본 기업이 진출해 있다. 중국 기업도 인도네시아 경제를 장악한 화교를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철강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본과 중국이 앞마당 쯤으로 생각하는 이곳에서 포스코가 ‘대형 사고’를 쳤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철강시장에서 일본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50%까지 차지하며 동남아시아 ‘철강전쟁’에서 유리한 진지를 구축했다. 그 비결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에 있다.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해안도시 찔레곤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철강도시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손잡고 설립한 용광로에서 쇳물을 쏟아내고 있다. 포스코는 1단계로 3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2단계 투자를 끝내면 연산 600만t 규모의 제철소로 거듭나게 된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은 15일 “원래 적도 근처에는 제철소가 없었다. 더운 날씨에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제철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철강업계의 상식 혹은 편견이었다”며 “그런데 포스코가 상식을 깼다”고 말했다. 민 법인장은 “그동안 일본이 시장을 상당부분 쥐고 있었지만 우리가 일관제철소를 지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일본이 당황하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3일 준공하고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연간 300만t의 쇳물을 고로에서 뽑아내 제품을 만든다. 철강 소비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던 인도네시아에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천지개벽이다. 이 제철소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인도네시아 철강 생산능력은 단번에 43%가 향상됐다.

아직 1년도 안된 제철소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은 제선, 제강, 압연 공정을 거쳐 후판으로 변신한다. 매일 3400t의 후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동 후 최초로 슬래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20만t)를 넘어섰다.

생산된 제품의 60∼70%는 내수 시장에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슬래브는 크라카타우스틸, 구나완 등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들이 주로 사간다. 후판 제품은 찌트라 조선, 코린도 중공업 등에 납품되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한 현지 기술자들과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기술자들이 중심에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직원 2360명 가운데 포스코 주재원 58명, 기술자 120여명을 제외한 2180명은 모두 인도네시아인이다. 정태수 크라카타우포스코 대외협력부장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를 연결하는 동남아시아 철강벨트를 선점했다는 데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찔레곤(인도네시아)=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