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임영록 해임 의결… KB사태 일단 수습 국면

입력 2014-09-18 15:21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 해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임 회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이후에도 악화일로를 걷던 KB사태가 일단 수습 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임 회장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금융위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어서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격론 끝 해임 결의한 이사회=KB지주 이사회는 17일 서울 명동 KB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7대 2로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오후 6시부터 은행회관에 모여 해임에 뜻을 모은 뒤 임 회장이 자진 사퇴할 시간을 줬으나 응하지 않음에 따라 바로 의결이 이뤄졌다.

이사들은 회의 직후 임 회장 자택을 방문해 자진 사퇴를 설득했으나 임 회장은 끝내 거부했다. 해임안이 최종 의결됨에 따라 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다만 이사직은 주주총회 결의 전까지 유지할 수 있다.

지난 15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이사회가 임 회장에게 등을 돌려 사퇴를 요구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KB지주의 사외이사인 서울대 김영진 교수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 금융 당국이 징계를 내리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징계 결정이 한 사람을 사퇴시키기 위해 이뤄진다면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며 임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임 회장의 자진 사퇴, 나아가 해임에 대해 압박하고 있고 KB사태 장기화로 이사회의 책임론까지 부상하고 있어 이사회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KB 정상화를 위해 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외 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가진 이사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KB금융의 혼란한 상황을 해결하고 조직을 보호하려면 임 회장을 해임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이사회가 임 회장의 해임 결정을 했지만 공식 의결은 미룬 채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했다. 임 회장이 자진 사퇴를 하면 직무정지 신청도 취하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 경우 잡음이 사라지면서 이사회의 회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KB 정상화에 속도가 붙게 된다. 다만 임 회장이 행정소송은 계속 진행할 수도 있다. 과거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도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고 사퇴한 뒤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반면 이사회 최후통첩에도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따라서 해임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됐으나 만약 법원에 이사회의 대표직 해임 결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개연성이 있다. 앞서 임 회장이 이사회의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해임이 의결됐으나 임 회장은 법정에서의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미 금융위 징계 확정 전부터 행정소송 가능성을 비쳐왔고, 거센 자진사퇴 압박에도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서 임 회장은 회사 측의 법적 조력이나 경비 지원 없이 앞으로 혼자서 소송 과정을 진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비용 부담뿐 아니라 감독 당국이 임 회장 소송에 맞서 전면전을 예고한 만큼 임 회장이 계속 소송을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이미 지난 12일부터 금융위·금감원 공동으로 법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해임을 결의한 만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직무정지에 대한 소송도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차기 수장 선임에 나설 전망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