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감평사 집단 반발에… 공시지가 평가 이원화 재검토

입력 2014-09-18 04:08

감정평가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감정평가협회가 17일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업무를 재개키로 했다. 조사 거부를 선언한 지 3주 만이다. 감정평가와 과세 등에 쓰이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들이 전국 50만 대표 필지의 가격을 조사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공시하도록 돼 있다.

감정평가사들이 업무를 다시 맡기로 한 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초 정부가 추진하는 조사 방식 변경에 반대했다. 국토교통부는 모든 필지를 감정평가사가 조사하던 기존 방식을 이원화하려고 했다. 가격 변동이 큰 땅만 감정평가사에게 정밀조사를 맡기고, 변동이 1% 이하로 적은 곳은 한국감정원의 기본조사(약식 감정)로 대체하는 방안이었다. 이런 땅이 전체 조사대상의 30%쯤 된다. 예산으로는 170억원어치다. 정부안대로 가면 감정평가사들은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 당시 이들은 정부가 산하 기관인 감정원에 일감을 몰아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감정원은 “공시지가 조사 예산이 자기 주머니 돈인 줄 아는 일부 감정평가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며 맞섰다.

정부는 업계와 협의한 끝에 한발 물러섰다. 국토부는 올해 일단 시범적으로 기본조사를 해보고 내년 이후 폐지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기본조사 도입 철회가 확정된 걸로 보고 있다. 올해는 그저 관련 지침이 개정돼 기본조사라는 명칭을 쓸 뿐 모든 조사는 종전처럼 감정평가사가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감정평가협회는 전날 회원들에게 “기본조사 제도는 사실상 폐지됐다”며 “조사 명칭과 관계없이 (종전과)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감정원이 표준지 조사 업무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종의 밥그릇 싸움에서 업계가 이긴 것처럼 비쳐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도 감정평가사는 기본조사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게 아니라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었는데 협회가 과장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 기본조사는 정부안 그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