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성인 비만·당뇨 확률 2배 높다

입력 2014-09-18 04:47

우리나라 성인 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안 피우는 사람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운동도 적게 해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자의 절반가량은 간접흡연에 노출된 상태였다.

국민 10명 중 8명이 하루 권장량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등 식습관에 문제가 있고, 부실한 건강관리 탓에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3명은 고혈압을 포함한 만성질환을 2가지 이상 앓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설문조사로 확보한 전국 3840가구 1만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흡연자 vs 비흡연자, 확연한 건강 격차=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고위험음주율(평균 소주 7잔 이상 마시는 술자리를 주 2회 이상 갖는 비율)이 26% 포인트나 높았다. 운동 등 신체활동량은 6% 포인트 적었고 지방 과다 섭취자도 4% 포인트 많았다.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술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을 잘 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히 비만 고혈압 당뇨 등에 걸릴 확률이 3∼7% 포인트 높게 나타났고 폐쇄성 폐질환에 걸릴 확률은 무려 3배가량 높았다.

간접흡연 피해도 심각했다. 비흡연자 가운데 지난해 학교 음식점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됐던 사람이 55.5%에 달했다. 직장인 중에는 47.3%가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에 노출되곤 했다고 응답했다. 2005년(36.8%)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가정에서 간접흡연을 겪고 있는 비율은 10.9%였다.

문제는 여전히 높은 흡연율이다. 지난해 성인 남성 흡연율은 4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번째로 높았다. 30대와 40대 흡연율은 각각 54.5%와 48%를 기록해 절반 가까이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성인 여성 흡연율은 6.2%로 2008년 이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은 현상은 여전했다. 고소득층(소득상위 25%) 남성 흡연율은 36.6%로 저소득층(하위 25%)의 47.5%보다 10.9% 포인트 낮았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담배를 많이 피우고 그로 인해 건강이 더 나빠져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너무 많이 먹고, 여전히 짜게 먹고=우리 국민의 식습관도 ‘건강’하지 못했다. 20대 남성이 하루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00㎉인데 지난해 음식을 통해 섭취한 에너지는 이보다 1.2% 많았다. 1998년엔 필요한 에너지의 91.2%, 2012년에는 96.6%를 섭취했는데 지난해 101.25로 늘었다. 그만큼 해마다 더 많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및 지방 과잉 섭취자 비율도 9.7%로 2012년보다 2% 포인트 증가했다.

나트륨은 목표 섭취량(2000㎎) 대비 실제 섭취량 비율이 2012년에 비해 약 10% 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목표치보다 배 이상 먹고 있었다. 지난해 나트륨 과잉 섭취자 비율은 무려 81.2%나 된다. 국민 5명 중 4명이 음식을 너무 짜게 먹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 건강의 최대 적은 고혈압=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24%)은 건강 문제나 장애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노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가장 흔한 건강 문제는 고혈압(63.3%) 백내장(35.8%) 비만(33.8%) 폐쇄성 폐질환(29.9%)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약 75%는 고혈압 등 9개 만성질환 가운데 2개 이상의 질환이나 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었다. 어떤 질환도 앓고 있지 않은 ‘건강한’ 노인은 겨우 7%에 불과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12년과 비교해 국민의 건강 상태가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좋아지지도 않았다”며 “건강과 관련된 수치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하고 계속 정체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