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한국 사회복지는 7부 능선… 질적으론 미성숙”

입력 2014-09-18 03:46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복지는 이제 민관 협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오랫동안 헌법에 명시돼 있었으나 법률로 구현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많은 이들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걸 숙명처럼 여기고 살았다. 하지만 1999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공포되면서 달라졌다. 정부가 극빈층에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9월 7일’은 2000년부터 ‘사회복지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올해로 15번째를 맞는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다. 기념식에 앞서 행사를 주관하는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을 1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차 회장은 우리나라 복지의 현주소를 “정상에 오르기 위해 거친 숨고르기를 하며 7부 능선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강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은 선진국에 비견될 만큼 제도의 틀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질적으로는 미성숙한 단계”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설은 8만곳이 넘고 시설 종사자는 50만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굳이 덩치를 키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용에 있다. 차 회장은 “내실을 다지려면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전달체계가 촘촘하지 못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나오고 ‘구멍’도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복지 서비스 대상을 늘리고, 급여 수준을 올리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촘촘히 연결된 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 복지를 늘리려면 재정도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 차 회장은 “선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솔직히 어느 정도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소득세 등 직접세와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처럼 간접세를 올리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 더 큰 부담을 지는 ‘역진성’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 회장은 “사회복지가 지금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려면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 협력으로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과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사회복지협의회가 민관 협력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