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살면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게 될 줄 몰랐어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미멜과 카라스 만돌린’의 윤평자(70·여) 단원은 지난 7월, 칠십 번째 생일을 맞은 소감을 단원들 앞에서 털어놨다. 이날은 시민 오케스트라가 대거 참여하는 ‘생활 예술 오케스트라 축제’ 두 번째 경연 날이었다. 윤 단원이 속한 ‘미멜… ’은 평균 나이 60세인 주부들이 모여 만돌린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Orchestra for all)’를 주제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생활 예술 오케스트라 축제가 국내 최초로 다음달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총 51개 팀에 소속된 주부, 교사, 회사원, 의사, 약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시민 22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미멜…’처럼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면면이 색다르고 화려하다. 대만, 일본 등 해외 오케스트라 축제에 섰던 실력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감 스트링 오케스트라’, 10대부터 70대까지 3대가 참여하는 ‘평택 페스티벌 윈드오케스트라’, 15개 계열사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PO)’, 한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려 참여하는 ‘아르누스 윈드 오케스트라’ 등도 눈에 띈다. 창단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걸음마 오케스트라 ‘하나 챔버 오케스트라’ 등 신생팀도 여럿 합류했다.
다음달 14일부터 시작되는 시민들의 축제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와 체임버홀, 대극장, 야외무대 곳곳에서 펼쳐진다. 각 팀별로 클래식과 가요, 민요 등 시민들에게 친근한 레퍼토리가 주로 연주된다. 하이라이트는 19일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에는 한 명의 연주로 시작해 600명의 시민 단원이 참여하는 윈드 오케스트라(관악·타악기)의 향연을 들을 수 있다.
광화문 광장 등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완성될 이번 공연에서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앤더스의 트럼펫 연주곡 ‘나팔수의 휴일’,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등 5곡이 40분간 연주된다. 오후 5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연합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관객들을 만난다. 임헌정(61) 서울대 교수가 지휘하는 베토벤 심포니 5번 ‘운명’부터 색소폰과 플루트 앙상블이 들려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 해피 데이’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생활 예술 오케스트라 축제’는 지난 5월 참가신청을 받은 후 1,2차 예선을 거쳤다. 17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기자간담회 자리에 모인 51개 참가팀 대표들과 자문위원 등은 직접 꾸리는 시민들의 대형 축제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생활 예술 오케스트라 축제협력위원회 봉원일 위원장(서울 아트 앙상블)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생활 예술 네트워크가 생기길 바란다”며 “생활 예술가들이 일어나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과 나눔, 재능 기부로도 연결되는 등 문화 예술 나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모두를 위해, 모두가 하는 클래식
입력 2014-09-1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