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무복귀한 朴 대표 할 일 정국 정상화뿐

입력 2014-09-18 03:59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당을 집권 가능한 정당, 국민이 공감하는 정당으로 바꿔 혁신해 보고자 호소해봤지만 한계에 부딪혀지면서 엄청난 좌절감에 떨었다”며 그동안의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내몰려 당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자신을 죽이고 당을 살리라는 원로 고문들의 간절한 요청에 이 자리에 섰다”고 탈당 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명분 없는 파업이었다. 그의 몽니는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당에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긴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개인감정을 앞세워 제1야당 대표가 탈당 의사까지 내비치며 칩거한 것은 무책임의 끝을 보여준 경솔한 행동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리더십 복원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1야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는 사흘 만에 가까스로 면했으나 리더십이 온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한바탕 탈당 쇼로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 추락은 불가피해졌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뿐 아니라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일부 강경파 의원의 반발로 원활한 당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박 원내대표가 내려놓은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계파싸움이 노골화될 경우 새정치연합의 리더십 부재 상황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혼돈은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 원내대표가 칩거한 사흘 동안 한국정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협상 상대가 없어 허송했다. 새정치연합이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그나마 실낱같은 국회 정상화, 정국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새정치연합은 박 원내대표 탈당 소동을 거울삼아 계파를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어느 특정 계파의 입맛대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이상돈 파동’의 재판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이 계파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 개혁에 실패하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사사건건 강경 대 온건, 친노 대 비노로 갈려 집안싸움을 해서는 새정치연합에 미래는 없다. 박 원내대표의 당무 복귀를 제1야당 대표 탈당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 변화는 국회 활동으로부터 나타나야 한다. 정기국회가 18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를 언제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볼모로 잡고 있을 수는 없다. 특별법은 특별법대로, 민생 문제는 국민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는 이런 것이다. 새로 구성될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