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영어교육 시장은 ‘골드러시’를 방불케 한다. 중국 교육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3억6000만명의 학생이 영어를 배우고 있고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나 학원이 5만곳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300억 위안(약 5조원)이다.
영어권 외국인 강사들이 황금시장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들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워낙 많아서 부적격 강사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SCMP 기자는 베이징 시내 중심가의 한 영어 학원에 간단한 이력서 한 장만으로 강사가 됐다. 기자는 “취업비자나 학력증명서는 확인 안 하느냐”고 물었지만 원장은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답했다.
원어민이기만 하면 누구나 영어 강사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문제 교사가 버젓이 활보하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해 4월 아동 성범죄 혐의로 영국 경찰에 수배를 받아 온 영국인이 베이징 한 국제학교에서 4년 동안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 체포된 일도 있었다.
최근 베이징 시정부는 뒤늦게 외국인 취업 규정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될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의 교육 경력과 이에 해당하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부적격 교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정식 교사들은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북공대 왕젠 외국어학원 교수는 “중국에서 외국인 강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기본적으로 중국은 영어 수요가 많기 때문에 관리 감독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월드 화제] 중국 3억6000만명 영어 열공… 엉터리 원어민 강사 골머리
입력 2014-09-18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