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년이면 지구상의 물고기가 사라진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가 과학저널 ‘사이언스’ 2006년 11월 3일자에 실렸다. 워싱턴포스트, 네이처,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 등 유력 매체들이 잇달아 이 보고서를 보도했다. 그러나 바다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알 수 없는 변수와 무수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그 자원이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반론들이 이어졌다. 보고서 저자들은 현재 추세로 미뤄 추정했을 뿐 예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설마 바다의 생선들이 석유보다 먼저 고갈되겠느냐고 안도하기만 할 게 아니다. 전 세계의 해산물 소비량은 지난 50년간 50% 넘게 급증했다. 특히 선호하는 생선들의 감소 추세는 가공할 만하다. 국제환경단체 ‘퓨 환경 그룹’은 2010년 참치 개체 수가 1960년에 비해 83%나 줄었다고 밝혔다. 유럽인들의 주된 단백질 섭취원 중 하나인 대구는 20세기 후반까지 1000여년에 걸쳐 고갈돼 갔다.
일본 정부가 지난 15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내년부터 남극해에서 ‘조사용 고래잡이(포경)’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고래 해체 후 고래 고기가 시장에 시판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다. 지난 3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일본의 조사용 포경은 연구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남극해 포경 중단을 명령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농림수산상은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주인은 캥거루 고기를 먹고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래를 캥거루나 개와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고래목(目)의 많은 종들은 덩치가 크지만, 이동속도가 느려 지난 세기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18세기 이후 약 200여년간 각국 포경선단은 참고래, 향유고래 등의 출산 해역에서 고래를 싹쓸이하고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는 ‘메뚜기떼식’ 남획을 일삼았다. 일본은 밍크고래만 잡겠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를 보면 다른 고래들도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수산자원의 남획이라면 우리나라도 일본에 할 말이 별로 없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선원에 대한 인권탄압, 어획물 무단투기, 불법어업에 대한 미약한 처벌 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 밖에도 한국은 집어장치를 사용하고, 몸무게가 10㎏이 채 되지 않는 미성어를 잡는 참치남획 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해산물 최후의 날
입력 2014-09-18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