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산지니 시인선(選)’을 시작했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시집을 내긴 했지만 ‘시인선’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해보기로 했다”며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면서도 현실에 응시하는,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작품은 최영철(58·사진)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이다.
함께 자리를 한 최영철은 “산지니는 지역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는 출판사다. 강 대표와는 ‘동지적’인 관계이고 일단 한 권이 먼저 나와야겠다 싶어 ‘희생타’로 내 작품을 내게 됐다”며 웃었다. “아껴놓은 원고를 고향에서 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0년 경남 김해로 이주한 시인은 “강 건너에서 보니까 강 건너 문제가 더 잘 보인다. 좋은 작가들이 시골로 많이 갔으면 좋겠다.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시인은 1984년 등단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등단 30주년을 맞아 펴낸 10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2005년 설립된 산지니는 그동안 사회과학 서적 등 250여종의 책을 냈고 이중 20%가 문학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산지니 시인선은 일반책보다 제본비가 2000원 가량 비싼 양장본(하드커버)으로 출간된다. 시집 뒤에는 해설 대신 대담을 실어 기존 시집과 차별화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창비’ ‘문지’만 詩選 내나… 지역출판사의 도전
입력 2014-09-18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