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씨가 폭로한 아파트 난방비 비리가 사실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말 김씨가 사는 서울 옥수동 J아파트 536가구를 대상으로 27개월간 부과된 1만4472건의 난방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겨울 난방량이 ‘0’으로 표기됐거나 가구당 난방비가 평균보다 적은 월 9만원 이하인 사례를 각각 300건, 2389건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가구에 따라 난방비가 수십배 차이 난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경찰이 현재 수사하고 있으나 비리가 확인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방비 등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관리비 비리 160여건을 수사해 입주자대표나 동대표, 아파트 관리소장 및 직원 등 모두 399명을 처벌한 바 있다. 어지간한 아파트 치고 관리비 문제로 한두 번 다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관리비 때문에 법정 다툼을 벌이는 아파트도 수백 곳이라고 한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장, 동대표 등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집행 승인, 각종 공사업체 선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러다 보니 비리 유혹에 쉽게 넘어갈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관리비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비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관리비에 대한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감사 기능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비리를 키우고 있다. 입주민 입장에서야 관리비 내역을 살펴봐도 진위를 가릴 능력이 없을 뿐더러 미심쩍은 내용이 있어 관리사무소 등에 문의를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그냥 넘기고 만다. 이 과정에서 의혹과 비리는 더욱 커진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관리정보 시스템’이나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등을 통해 수시로 관리비 정보를 공유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겠다.
행정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도 개선돼야 될 사안이다. 주민의 요청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감사를 해 잘못을 발견해도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간의 다툼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아파트 비리 관련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민관 합동단속반을 가동 중이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미비한 공동주택 관리비 관련 규정도 정비해야겠다. 관리비 비리는 돈 문제 이상의 해악을 끼친다. 불신은 공동체의 기반인 이웃마저 잃게 만든다. 관리비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사설] 아파트 관리비 비리 막을 장치 모색할 때
입력 2014-09-18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