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밀양에서도 매수 회유에 동참했었나

입력 2014-09-18 03:35
한국전력이 경북 청도에 이어 경남 밀양에서도 송전탑 반대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의혹이 일고 있다. 16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소속 김모 차장은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온 주민 A씨에게 이장을 통해 현금 1000만원을 전달하려고 했다. A씨는 당시 밀양시내 한 면소재지 단위농협 임원 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다고 대책위 측은 밝혔다. 이장은 봉투에서 200만원은 자신 몫으로 빼낸 뒤 선거를 이틀 앞둔 그 달 12일 A씨를 만나 800만원을 주려고 했다. A씨가 반발하며 돈을 받지 않자 이장은 다른 주민 2명을 통해 재차 전달하려 했지만 A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대책위는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청도에서 현지 경찰서장을 돈 심부름꾼으로 전락시켜 반대 할머니들에게 1700만원을 전달한 한전이 밀양에서는 단위행정구역의 책임자인 이장을 통해 핵심 반대 인사를 매수하려 한 것이다. 이는 지역 행정·치안 책임자를 이용해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는가 하면 주민 간 이간질까지 꾀하려 한 한전의 꼼수라는 의혹이 짙다.

한전 측은 청도의 경우 대구경북지사장 등 직원 5명이 사비를 털어 할머니들을 위로하려 한 것이라고 했고, 밀양에서는 이장과 한전 시공사 간의 개인적인 돈 거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다. 밀양의 경우 한전 측 해명대로 1000만원이 시공사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개별 지원금을 빌미로 한 ‘뒷거래’를 한전이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돈 봉투’가 청도, 밀양 두 군데서만 있었겠느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한전이 본사 차원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 무마용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경찰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첨예하게 대립된 송전탑 문제를 공권력으로 위협하거나 금품으로 회유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진심에서 우러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