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초토화된 필리핀 레이테주 지역 일대는 지금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주요 교단과 교회연합기관이 함께 ‘필리핀재해구호연합’을 꾸려 총 15억여원 규모의 성금을 모아 현지 교회 및 학교, 주택 재건 비용으로 지원했다.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진행 중인 복구·재건사업 현황을 점검해 봤다.
강풍에 뼈대만 남았던 학교 지붕에는 초록색 양철 지붕이 새로 깔려 있었다. 무너진 교실 외벽도 반듯하게 세워졌고, 반쯤 기울어졌던 농구 골대도 곧게 솟아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에 들른 레이테주 팔로시의 리버타드 초등학교는 마치 새로 지은 학교 같았다.
10개월 전만 해도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학교는 월드디아코니아(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비영리법인)가 지원한 5000만원으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학교 지붕과 천장, 교실 외벽 등 건물 9개동이 개·보수됐고, 놀이기구도 추가로 설치됐다. 공사는 한국군 필리핀 합동지원단인 아라우부대가 맡았다. 학교 재건 준공식이 이날 열린 데 이어 이튿날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3500만원을 지원한 타나안 지역의 칼로고그 초등학교 재건 완공식이 열렸다.
◇교계 지원 재건사업 진척 70% 넘어=17일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구호연합)과 예장합동 교단 등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지원하고 있는 각종 사업의 진행률은 72.2%다(표 참조). 아라우부대를 통해 진행 중인 초등학교 재건 공사가 가장 활발하다. 예장통합 및 합동 교단, 기아대책 등이 지원한 초등학교 10여곳의 보수 공사는 거의 완료됐다. 또 월드디아코니아가 지원하는 5곳 중 2곳이 공사를 마쳤다.
현지 교회 복구 진척률도 비슷하다. 예장 합동은 27개 교회 복구 및 신축을 담당하고 있고, 예장통합은 3억원을 투입해 필리핀연합교회(UCCP) 등과 함께 교회와 디아코니아센터 등의 재건·신축을 지원하고 있다. 주택 재건을 돕고 있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경우 총 300채 목표 가운데 100채 정도를 완공한 상태다.
예장통합이 지원하는 주민자활사업(팔로시 주민 농장)은 이미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으며, 월드디아코니아는 지난 5월 대한성서공회를 통해 레이테주 지역에 성경 7200부를 전달했다.
◇회계 투명성·한국교회 위상 ‘업그레이드’=리버타드 초등학교 재건 준공식장에서 만난 아라우부대 공사장교 유한조 중령은 “한국의 교단이나 기독교 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지원 사업의 공사대금 등 회계 처리는 확실하고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다”면서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공사나 공사비의 편법 운용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구호연합과 별도로 교단 자체적으로 3억7000여만원을 모금해 현지 학교와 병원, 양로원 재건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예장 합동은 회계처리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예장합동총회 구제부 총무인 안승주 목사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구호헌금 전용의혹 사건을 겪은 터라 돈 씀씀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모금한 돈이나 공사대금은 총회 관계자 어느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지원한 학교나 병원, 양로원 등의 건물 한쪽에는 한국교회가 도왔다는 별도의 문구가 표기돼 있다. 예장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 목사는 "필리핀 재난 지역 구호·재건 사업은 아이티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과 디아코니아(나눔·섬김) 사역의 내실을 다지는 데 대단히 중요한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이곳에서 재건사업을 벌이는 교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이러한 운동과 사역이 열매 맺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타클로반·팔로=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하이옌 상처 위에 학교·교회·병원… 재건사업 72% 진척에 주민들 “생큐”
입력 2014-09-18 04:31 수정 2014-09-1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