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송덕준] 이제 그만 일어나라!

입력 2014-09-18 04:39

아직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전남 진도 팽목항과 경기도 안산시는 물론 대한민국이 우울하다 못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정치도, 경제도, 학원도, 국민들 마음도 어둡고 답답하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대개 3∼5일간 애곡하며 애도하는 기간을 갖고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아직도 슬픔과 애통함이 남아 있지만,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을 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영도자 모세가 죽었을 때 큰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30일간 애곡하는 기간을 가졌다(신 34:8).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도 150여일이 지났다. 아직도 실종자 10명을 찾아내지 못했다. 해경과 잠수부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즈음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특별법만 만들면 만사가 다 해결되는 금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협상을 하고 유가족과도 대화하지만 이것도 쉽게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있다.

법이 없어서 안전사고가 나는 것인가.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사고는 난다. 사거리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만들고 신호등을 설치하고 감시카메라까지 달아도 종종 교통사고가 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법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고는 인간의 탐욕과 방심과 부주의가 원인이다. 그리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난과 자연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사고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좋은 법을 만드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법이 최선이고 만능이라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 수 있다. 곧 법이 완전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떤 법을 만드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법을 어떻게 잘 지킬까 하는 마음과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호수아서 1장 2절에 여호와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이 모든 백성과 더불어 일어나라”고 하셨다. 모세가 살았으니 일어나라는 것이 아니고,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일어나라”는 말씀이다. 모세의 죽음으로 30일간의 애곡이 있은 후 주신 격려의 말씀이다.

그러면 세월호 사고가 있은 지 150여일이 지난 우리 국민에게는 뭐라고 말씀하실까. ‘죽음 앞에 주저앉아 애곡만 하지 말라.’ ‘죽음이 전부인 양 자신의 삶을 팽개치지 말라.’ ‘죽음 앞에서 인생을 포기하지도 말라.’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요단강을 건너 희망의 땅으로 가야 한다. 모세가 살아서 건너온 홍해를 뒤로하고 이제는 모세의 죽음을 내려놓고 백성과 함께 요단강을 건너가야 한다. 가서 희망의 가나안을 일구어야 한다.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갈등과 원망을 덮고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곳에 희망이 있고 축복이 있고 행복이 있다.

특별법은 국회에 맡기자. 유가족들은 천막농성을 걷고 집으로 돌아가자.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학생들은 학교로, 회사원들은 회사로, 국민들은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한다. 지금도 한강은 흐른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흐른다. 그리고 세월도 흐른다. 우리 함께 그만 일어납시다.

송덕준 목사(독일교회·예수교대한성결교회 부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