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 초청 콘퍼런스 주강사’ 유기성·이찬수 목사에게 듣는 교회론

입력 2014-09-18 03:41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교회를 천국에 비유하며 “사랑으로 소문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허란 인턴기자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는 고뇌하며 자숙하고, 차선책을 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국민일보 창간 26주년 기념 필립 얀시 초청 콘퍼런스가 10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성결교회에서 개최된다. '교회, 나의 사랑 나의 고민'을 주제로 마련된 콘퍼런스에 앞서 강사인 유기성(57·선한목자교회) 이찬수(53·분당우리교회) 목사가 자신의 교회론을 각각 밝혔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처한 어려움과 원인, 희망적 징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목회자로서의 고뇌를 토로했다. 두 목회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번 콘퍼펀스에서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유기성 목사=‘예수님을 정말 믿어 본 적이 있었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의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자신감을 상실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신자들이 믿는 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예수를 제대로 믿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예수를 진실하게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무엇보다 말씀대로 살아진다.

△이찬수 목사=‘예수님의 꿈, 교회의 꿈’을 전한다. 교회를 생각하면 두 가지 마음이다. 하나는 좋은 공동체라는 점과 또 하나는 변질되기 쉬운 지상 공동체라는 것이다. 마치 상하기 쉬운 음식 같다. 이 두 긴장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교회의 원형은 사도행전 2장에서처럼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드러날 때다.

-왜 한국교회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는가.

△유 목사=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인격적인 관계를 말한다. 의롭게 됐다는 것은 주님과의 관계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왕으로 모시고 친밀하게 교제하는 부분을 소홀히 다뤘다. 대신 교리를 가르쳤다. 교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교리를 받아들이면 구원받은 사람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식의 풍토가 주류를 이뤘다. 내면의 주님을 바라보는 훈련이 안 되니까 문제가 터졌다. 주님과 친밀함이 없으면 불법을 행할 수 있다. 불법은 악한 행위를 비롯해 종교적 열심을 포함한다.

△이 목사=종교개혁가들과 당시 인문주의자들은 ‘아드 폰테스’(원천으로 돌아가라)를 외쳤다. 한국교회 어려움의 핵심은 본질 상실에 있다. 목회자들부터 본질을 상실했고 외형을 추구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베드로 성당은 영적으로 가장 타락해 있을 때 건축됐다. 본질을 잃을수록 외형은 화려해진다.

-희망적 징후는 무엇인가. 타개책은 어디에 있는가.

△유 목사=교회 지도자들은 성도로 하여금 주님의 임재를 바라보게 해야 한다. 만약 이 사역이 열매를 맺는다면 한국교회는 주님이 이끄시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교회 안에는 회개가 많았다. 성령 체험과 부흥의 경험도 풍성했다. 하지만 주님과 친밀한 교제가 없으면 성령 체험이나 경험도 왜곡될 수 있다. 최근 영성일기를 쓰면서 교회의 변화 가능성, 희망적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다. 주님과 교제하고 바라보는 삶을 기록해보라. 그러면 주님을 의식하고 의지하는 깊이가 달라진다.

△이 목사=유일한 희망은 교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점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 환자지만 세계적 석학이다. 그의 두뇌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머리 되신 예수가 변질될 수 없는 분이기에 교회는 항상 회복될 수 있다. 원천이신 그분에게 돌아가기만 하면 희망이 있다. ‘아드 폰테스’라는 구호 다음에는 ‘오직 성경’이라는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가 나왔다. 한국교회 위기의 타개책은 말씀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멀어졌던 관계의 회복이다.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 목사=하나님은 우리가 얼마나 악하고 엉터리 같은 존재인지 잘 아신다. 그래서 그의 독생자를 보내신 것 아닌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요한계시록 3장 20절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자아가 너무 강하다. 주님은 우리에게 다이아몬드그릇이 되라 하지 않으셨다. 그냥 질그릇이라 했다. 질그릇은 깨지기 쉽고 볼품없지만 보배가 담겼다. 지금은 주님을 바라볼 때다. 우리의 눈을 크게 뜨고 꼼꼼하게 자기를 점검해야 한다.

△이 목사=원천으로 돌아가는 행위가 삶으로까지 증명돼야 한다. 기도 한 시간 더 하고 성경 10장 더 읽는 것은 종교행위일 뿐이다. 정직성과 도덕성 회복까지 따라와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현재의 교회 상태를 반전시킬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엎드려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때다.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 성경 룻기는 이를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목회자는 고뇌와 차선, 자숙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야 한다. 목사는 교회 크기와 상관없이 고뇌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최선보다 차선을 찾는 사람이다. 최선을 주장하면 넘어지기 쉽다. 그리고 골방에 틀어박혀 기도하는 사람이다.

-두 분 모두 대형교회 목회자다.

△유 목사=선한목자교회는 3년 전까지 본당과 주차장에 대한 증설 계획을 수립했으나 지금은 모두 포기했다. 장로님들과 기도하면서 더 이상의 규모 확대는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래서 분립 개척을 시작했다. 앞으로 20∼30명 단위의 작은 교회를 분립할 것이다. 교인 규모도 5000명 선으로 맞춘다(현재 7000명 출석). 교회 중직자가 되려면 1년간 다른 형제교회나 개척교회에서 반드시 봉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영성일기 나눔방 구성 인원이 7∼10명이다. 이 소그룹이 하나의 독립된 교회로 기능한다. 교인이 되려면 소그룹에 속해 있어야 한다.

△이 목사=현재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에 성도들이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작했다. 기존 성도의 등록을 받지 않고 작은 교회로 가서 섬길 것을 권한다. 분립 개척과 목회자 지원, 작은 교회 등록하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교회 등록을 간청하는 분들을 매주 되돌려 보내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아픔은 감내해야 한다. 분당우리교회는 현재 송림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서현역 인근 건물을 임대해 사무실과 교육관으로 쓰고 있다. 교회당 건물을 짓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필립 얀시는 교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목사님은 교회를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유 목사=교회는 천국이다. 천국 같은 교회는 사랑으로 소문난 교회다. 사랑으로 소문나지 않은 교회라면 아직도 하나님이 원하는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규모가 크고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천국 같은 교회는 아니다.

△이 목사=교회는 노아의 방주다. 방주 안에는 온갖 짐승이 뒤엉켜 살았다. 밀폐된 곳에서 냄새가 얼마나 역겹고 더러웠겠나. 그런데 냄새가 싫어서 방주를 탈출하면 죽는다. 그게 교회다. 교회는 천사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허물 많은 인간들이 모인 곳이다. 역겨운 일도 많지만 견디며 은혜를 구하는 곳이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