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난민선 고의충돌로 침몰 난민 500여명 수장… 9명만 생존

입력 2014-09-17 07:24 수정 2014-09-17 07:39
지난주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선이 밀입국 알선업자가 고의로 일으킨 선박 충돌사고로 침몰해 5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IOM의 발표가 맞다면 이는 지난 수년래 발생한 최악의 난민선 침몰사건이 된다.

IOM에 따르면 지난 10일 몰타 앞바다에서 알선업자들이 배에 탄 난민들과 말다툼을 벌인 뒤 보복 차원에서 다른 선박으로 난민선을 들이받아 배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500여명의 난민 가운데 9명만 생존했다. IOM은 해당 난민선이 침몰한 뒤 이틀 동안 표류하다 외국선박에 의해 구조된 팔레스타인 출신 27세, 33세 남성 2명의 증언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IOM은 “이번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알선업자들이 난민들을 고의로 익사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침몰사건을 접수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당국도 이번 침몰을 형사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난민선은 지난 6일 이집트 다미에타 항구에서 출발했으며 알선업자들은 항해 중 난민들에게 자신들이 예인하고 있던 더 작은 배로 옮겨 타라고 수차례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난민들은 배가 너무 작아 위험하다고 판단해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이에 알선업자들이 화가 나 다른 선박을 난민선에 충돌시켰다는 것이다.

생존자 2명을 조사한 이탈리아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IOM은 덧붙였다. 특히 주변 해역에서는 아직 소수이지만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고 IOM은 전했다.

난민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주로 이집트 시리아 수단 팔레스타인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팔레스타인인 생존자는 물속에서 이집트 10대 소년과 몇 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렸다면서 이 소년은 아버지의 심장병 치료비를 벌기 위해 유럽행을 기도했으나 결국 익사했다고 말했다.

IOM은 유럽행 난민을 실은 또 다른 배가 최근 리비아 앞바다에서 침몰해 승선자 250여명이 대부분 사망했다고 밝혀 1주일 사이에 난민 700명가량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IOM은 아울러 올 들어 유럽행을 위해 바다를 건너다 숨진 난민 수가 3000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망자의 4배에 달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