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고(故) 최인호(1945∼2013·사진)가 마지막까지 기쁨으로 써내려간 글은 손녀 사랑에 관한 내용이었다. 작고하기 4년 전에 책 제목까지 지어놓았다. 손녀와 가족에 대한 애틋했던 사랑을 담은 유고집 ‘나의 딸의 딸’(여백)이 작가의 1주기(25일)를 앞두고 16일 출간됐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픈 딸을 들쳐 업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신혼여행을 떠난 딸의 빈방에 앉아 눈물짓는 ‘아버지 최인호’와 손녀 앞에서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는 ‘할아버지 최인호’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잠든 아이의 배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나는 내 손이 약손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내 손이야말로 더럽고 타락한 손이지 어찌 약손이겠는가. 그러나 나는 수십 번 딸아이의 배를 쓸어내렸다. 내 손은 약손. 내 손은 약손….”(36쪽)
“우리들의 가족이야말로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최고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고백하는 작가가 손녀를 위해 손수 만든 보물쪽지, 그림, 편지도 책에 실렸다.
한승주 기자
최인호는 ‘손녀 바보’ 유고집 ‘나의 딸의 딸’ 출간
입력 2014-09-17 07:23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