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한전땅 ‘錢爭’… 이재용·정몽구 승자는 누구

입력 2014-09-17 03:50 수정 2014-09-17 07:39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한국전력공사 영동대로(삼성동) 부지 입찰이 17일 마감된다. 감정가가 3조3300억원대로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국내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져 관심이 뜨겁다.

◇삼성·현대차 2파전=16일 재계에 따르면 한전 부지 입찰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일전으로 치러진다. 삼성은 입찰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사업성 등 관련 검토를 모두 마치고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매각 공고를 보고 관심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달리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혀온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지 기아차, 현대모비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최종 검토 중이다. 입찰 주체가 정해지면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입찰 참여를 공식 결정한다. 현대차만으로도 유동성을 동원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단독 입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약 17조6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대기업을 제외한 제3의 입찰 참여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일부 중국 자본이 관심을 가졌다가 최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의 경우 지분이 50% 이상인 국내 자본과 공동입찰해야 한다는 자격 규정 때문이다.

◇정몽구·이재용 누가 웃을까=입찰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경쟁입찰이어서 인수가격을 더 많이 적어 내면 된다. 입찰 주체가 1곳이면 유찰이지만 이 가능성은 낮다.

재계에선 한전 부지의 감정가액이 3조3346억원이므로 최소 4조원을 적어내야 낙찰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를 써낼지는 실무팀의 검토를 거쳐 결국 두 그룹의 총수가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입찰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판단력과 담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두 그룹의 정보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리도 입찰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예상 개발비용이 10조원인 데 비해 개발수익은 2조원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정가에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부지는 확보하겠지만 그룹에 상처를 안기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는 환율 요인으로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 두 그룹 모두 돈을 헛되게 낭비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낙찰을 원하지만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결과 나온다=입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인터넷 공매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입찰 마감은 17일 오후 4시이며 개찰 및 낙찰자 선정은 18일 오전 10시다. 개찰 때까지는 입찰 주체 본인을 제외하고 누가 입찰했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낙찰자는 내년 9월까지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한전은 다음 달 말부터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