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극심한 혼란 상황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바뀌었다. 초기에는 야당의 자중지란을 지켜보며 ‘이불 속에서 몰래 웃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정치 실종’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여야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세월호법 재합의안 파기 이후 새누리당은 ‘야당 책임론’을 제기하며 버텼다. 그러나 이제는 꽉 막힌 정국에 대한 책임을 마냥 야당에만 떠넘길 수 없게 됐다.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설로 대야 협상 채널마저 붕괴된 모양새다. 평소 같았으면 야당의 내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새누리당이 이에 대한 언급조차 자제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에선 국회 파행과 정국 혼란의 책임론을 종국에는 집권 여당이 뒤집어쓸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그래서 고개를 든 것이 ‘단독국회 불가피론’이다. 단독국회가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지만 장기화되는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16일 오전 통일경제교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단독으로 (의사일정을 강행)했을 때 오는 후유증이 걱정돼서 못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이해해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이 무너지면 여당도 무너지는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 장기화에 따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안과 예산에 대한 졸속 심사가 우려된다”면서 “상임위별로 당정 간담회, 특히 예결위를 중심으로 부처별 예산 설명회도 함께 진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이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기 위해 운영위를 소집했으나 야당이 불참하는 바람에 20분 만에 소득 없이 회의를 마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세월호法 정국] 망가지는 야당을 보는 새누리… 이러다 공멸? 웃음이 사라졌다
입력 2014-09-17 03:56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