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는 이미 사퇴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임영록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이들을 감독·제재한 금융 당국에도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특히 KB에 대한 검사를 지휘하고 제재를 번복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입은 타격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최 원장은 그해 9월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동양 사태, 지난 1월 사상 최악의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등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책임론에 부딪혔지만 금융사 제재 등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하며 위기를 넘겨왔다. 그러던 최 원장에게 KB사태는 결정타가 되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KB금융·국민은행 특별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도 안돼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했다가 두 달을 끈 제재심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지고, 최 원장이 이를 다시 중징계로 높이는 등의 과정은 금융 당국의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 차례 흘러나온 청와대 경질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 원장 사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12일 임 회장에 대한 제재를 최종 결정한 금융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사퇴설과 관련)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한 이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이번 주 주례임원회의 외에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은 채 KB사태 이후 금융 당국 안팎 상황을 챙기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6일 “아직 임 회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 원장 스스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KB사태 책임론’ 두 금융수장 엇갈린 행보] ‘노심초사’… 최수현 금감원장 권위추락 큰 상처
입력 2014-09-17 04:44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