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1 야당] 품격과 금도 상실한 새정치연합 “세종대왕·이순신이 나서도 갈등 수습 안돼”

입력 2014-09-17 03:32 수정 2014-09-17 16:51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당직 사퇴를 촉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 강경파 의원들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모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대표 행방불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반성은커녕 사분오열하는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탈당까지 언급하는 등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만 당을 수습하고 질서를 잡을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선을 넘는 거친 비판과 의혹 제기가 난무하면서 위기 앞에 분열하는 모래알 정당의 몰골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16일 당 대표가 어디로 갔는지, 어떤 입장인지도 모른 채 그룹별로 제각각 모임을 갖느라 분주했다. 강경파는 박 위원장의 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 사퇴 압박을 요구하는 '긴급의원모임'을 사흘째 이어갔다. 반면 원내대표단과 당직자들은 박 위원장과의 접촉을 재시도하며 탈당 만류 작업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연락이 두절된 채 일부 측근들과 의견을 공유했다.

당의 혼란을 수습할 원로와 중진은 사라졌다. 지난 12일 문재인 문희상 박지원 정세균 김한길 의원 등 주요 계파 중진들이 모여 "박 위원장의 거취문제 제기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오히려 박 위원장 사퇴 요구만 더 불이 붙었다. '관리형'이 유력한 '포스트 박영선 체제'는 계파별 이해관계에 갇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같은 당이지만 생각이 다른 편을 향해선 거친 말도 난무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상임고문을 향해 "이제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며 "그냥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잘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초선인 최민희 의원은 트위터에 박 위원장을 겨냥해 "어떻게 제1야당 대표가 3일 동안 연락이 두절되며 야당이 당무가 마비된 채로 이러고 있나"고 썼다. 당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 탈당 논란 배후에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있다"는 음해에 가까운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상호 불신이 커지면서 의원들끼리 의견을 나누던 전체 의원 카카오톡 창에서 탈퇴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도부의 규율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지도부 결정은 의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고, 중요 사항을 의원 전수조사로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

세 과시용 '연판장 정치'도 반복됐다. 지난달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에도 의원 40여명은 연판장을 돌려 재협상을 주장했다. 7·30 재·보궐 선거 당시엔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향해 '특정인물을 공천하라' '특정인물은 배제해라'는 의원 연판장을 두 차례나 돌렸다. 일부 후보가 공천에 반발하며 당 대표실을 며칠씩 점거해도 당 지도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당에서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공동대표를 해도 당내 갈등을 조율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 농담이 돌기도 했다.

당에서는 반성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소수다. 이언주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박 위원장 사퇴)를 몇 명이서 국민들 앞에 발표를 하고 또 중진들은 가만히 있었다"며 "당내 민주주의라든지, 의사결정 절차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한탄했다. 한 초선의원도 "당의 구심점 없이 박 위원장의 입장 표명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선 의원들과 당의 원로들은 질서를 잡고 상황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