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 불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침묵을 깨고 16일 작심한 듯 본인 입장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줄곧 '대통령 결단'을 요구해온 야권과 세월호 유족들 주장을 반박하면서 현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오후 청와대에서 여당 지도부와 전격 회동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해 오히려 정국 정상화는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월호법 논의 본질 벗어났다" 불개입 천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을 통해 대통령이 세월호법에 개입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대통령이 '결단' 식으로 특별법 제정 논의에 개입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과 사법체계가 확립된 법치국가에선 있을 수 없다는 게 발언 요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여야의 세월호법 2차 합의안이 유가족 반대로 불발된 이후 세월호법과 관련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선 국회 공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잘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저는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청와대에서 유족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바탕 위에서 진상규명을 하면서 많은 관계자가 문책을 당했고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순수한 유가족'을 언급한 것은 정치권 외부의 일부 세력이 세월호법을 이용해 국정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도 "사안마다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국가 기반이 무너지고 의회 민주주의도 실종되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떻게든지 (법안 처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극단까지 가면서 양보하지 않았느냐"며 더 이상의 타협안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정치권에 결자해지 촉구 '최후통첩'=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무책임한 정쟁으로 국정을 표류시키는 정치권, 특히 야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 성격이 짙다. 그동안 세월호 정국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왔으나 더 이상 국회의 장기 공전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캐나다·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 파행의 장본인인 정치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최후통첩 의미도 담겨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무책임,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뒤 이젠 그 의무와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려 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대통령이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한 불편한 시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밝힌 점,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여야 합의 오히려 멀어지나=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의 여야 재합의안이 세월호법 최종안이라는 점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더 이상 여당이 물러나선 안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향후 여야의 추가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서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여당으로선 추가 양보할 명분도 사라진 만큼 기존 안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세월호법 불개입을 천명하면서도 기존 재합의안 처리를 강력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세월호法 정국] 朴 대통령의 ‘작심 발언’ 왜?… 원칙대로 간다 ‘공전’ 정치권에 결자해지 압박
입력 2014-09-17 04:32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