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도 독자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에 앞서 이달 말부터 6개월간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원격의료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로 합의했으나 의협 회장 보궐선거 등으로 사업 착수가 계속 지연되자 정부 차원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 원격모니터링은 고혈압 당뇨 등을 앓는 재진환자가 혈압과 혈당 등을 직접 측정해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모니터링하고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방식이다. 원격진료는 도서벽지 보건소나 특수시설(교도소 등)의 경증질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요청과 의사의 판단을 거쳐 실시하고 전자 처방전까지 발행하게 된다.
복지부는 우선 서울 강원 충남 경북 전남 지역 9개 시·군·구의 11개 의료기관(의원 6곳, 보건소 5곳)과 교도소 등 특수시설 2곳이 참여하는 원격모니터링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 환자는 1200명 규모다. 10월 말부터는 도서벽지와 군·교도소 등을 대상으로 진단과 처방까지 포함한 원격진료도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원격모니터링 시스템과 화상상담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 현장 원격의료 수행 인력, 일정액의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환자에게는 혈압계, 혈당계, 활동량 측정계와 전송장치 등의 장비가 지급되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상담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까지 가기 힘든 노인이나 병원이 부족한 벽지 등의 사정을 감안할 때 시범사업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며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시민단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협은 성명을 내고 “6개월간의 졸속 시범사업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료기관이 원격의료를 위한 비싼 의료기기를 구입하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는 재벌만 배불리면서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제도”라며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파괴를 유발하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9월말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 정부, 의료계 반발에도 강행
입력 2014-09-17 04:02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