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참수 대상 지목 영국인 헤닝… 알카에다, IS에 석방 요구

입력 2014-09-17 04:02 수정 2014-09-17 07:39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소속 시리아 지역사령관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영국인 인질 앨런 헤닝(47)이 아무 죄가 없다며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헤닝을 네 번째 참수 대상으로 지목한 상태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15일(현지시간) 이 지역사령관을 인터뷰했던 서방 방송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닝이 지난해 12월 시리아 알 다나 지역에서 IS 대원들에 납치되고 며칠 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알카에다 지역사령관 자브 하 알누스라가 납치범들을 찾아갔다. 그는 IS 대원들에게 “헤닝은 무슬림을 도왔으며 때문에 그를 납치하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고 항의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알누스라 사령관은 “우리를 돕는 사람을 납치하는 것은 무슬림 사회를 위해서도 비생산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당시 IS 대원은 며칠 내 헤닝을 풀어줄 것처럼 했으나 이후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실제로 택시기사 출신인 헤닝은 시리아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소식을 접한 뒤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리아 난민에게 의약품을 전달하다 납치됐다.

교황청은 IS의 참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장관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라크 특사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신의 이름으로’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황도 참수 소식에 격노했다”면서 “참수는 신이 아니라 악마들이 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서 IS에 공습을 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바그다드 남서부에 대한 공습은 처음 이뤄진 것”이라며 “이라크군의 진격에 발맞춰 시행됐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라크 북부 신자르산에서도 작전을 수행했다. 미군의 공습 및 작전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시리아로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IS를 격퇴하는 데 자체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이라크 내 수니파 이슬람 세력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제임스 제프리 전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과 요르단 암만에서 미국 관리들과 20여명의 이라크 수니파 부족 지도자들 간 접촉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7년에도 이라크 내 알카에다 세력과 싸울 때 이들 부족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