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朴대통령 “세월호법, 대통령 결단 사안 아니다”

입력 2014-09-17 04:26 수정 2014-09-17 07:39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맞이하고 있다. 회동은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 등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요청해 이뤄졌다. 회동에서는 국회 파행을 극복하고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 등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으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근본 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2차 합의안에 대해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은 순수한 유가족들 마음을 담아야 하고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본 원칙이 깨지면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세월호 진상조사위로 수사권·기소권을 넘겨달라는 유가족 등의 요청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지난달 19일의 여야 재합의안이 여권이 양보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공식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여야 간 원만한 합의 도출은 앞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정치권, 특히 야권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며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각종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특히 유족들 주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