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이 눈앞으로 닥친 가운데 국내 담배시장 60%를 점유한 KT&G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추석 연휴 전 9만5500원이던 KT&G는 지난 11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에 큰 폭 하락했고, 지난 12일 8만7600원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는 반등하더니 16일 1200원 올라 9만1200원에 마감했다.
정부가 흡연율 하락을 기치로 내건 만큼 KT&G의 주가는 하락 전망이 우세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담뱃값 이슈가 불거진 뒤 목표주가를 내리는 증권사보다 올린 곳이 조금 더 많은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 KT&G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2일 9만5000원에서 10만8000원으로 올렸다. 지난 6∼7월에는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SK증권이 목표주가를 높였다.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만 놓고 보면 KT&G를 분석하는 22개 증권사 가운데 4곳을 제외한 18곳이 ‘사자’를 외치고 있다. 대폭 인상이라는 평가에도 증권가가 KT&G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순매출단가(ASP) 상승효과에 있다. 높아진 가격이 판매량 감소 피해를 어느 수준까지는 상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주 연구원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제조업체의 ASP가 최소 50원 올라가는 데 주목했다. 그는 “담배 판매량이 12% 이상 큰 폭 감소하지 않는 이상 부정적 영향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정성훈 연구원도 “인상안에 물가연동제가 포함돼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요인이 담보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분석들은 향후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이라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전망보다는 낙관적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국민이 담배를 끊을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KT&G의 방향성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여의도 stock] KT&G의 행복한 ‘역주행’
입력 2014-09-17 03:26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