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독일대사 “20년간의 준비 없었으면 통일독일 없었다”

입력 2014-09-17 04:08 수정 2014-09-17 07:39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왼쪽 두 번째)가 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빌딩에서 열린 ‘평화 혁명 및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독일 통일은 준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면서 “동독 시민의 시위, 즉 실천에 의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독일이 통일하면서 배운 경험들을 한국에 전달함으로써 한국이 통일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독일의 잘한 일은 물론 실수에서도 배우길 희망합니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16일 서울에서 가진 ‘평화 혁명 및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간담회는 대사관과 문화원 등 7개 주한 독일 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평화 혁명은 1989년 9월 4일 당시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에서 일어난 일부 기독교인들의 반정부 평화 시위를 말한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독일 통일을 가져온 도화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파엘 대사는 “평화 혁명이 촉발제라면 독일 통일은 동독 시민의 시위, 즉 실천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우리가 국민이다’라는 외침으로 시작한 평화 혁명은 이후 ‘우리는 한 국민이다’로 구호가 바뀌며 통일로 이어졌다.

마파엘 대사는 “하지만 89년에 일어난 일(평화 혁명과 베를린 장벽 붕괴)은 그 이전 20년 동안의 준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면서 “서독 정부의 긴장완화와 동방정책, 그리고 접근을 통한 변화가 없었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9년부터 사민당의 브란트 정부, 슈미트 정부, 기민당의 콜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런 정책들이 일관적으로 추진된 사실을 언급하며 “전반적으로 국민 사이에서 화해정책이 옳다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제언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대외정책, 이웃 국가들의 수용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통일도 유럽의 긴장완화가 이뤄지고 냉전 종식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마파엘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은 독일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드레스덴 제안을 북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추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한국에서 다양한 학술행사와 교류행사, 문화제 등을 갖는다. 독일 문화원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를 17일부터 상영하고,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세미나와 국제학술회의를 연이어 개최한다. 또 라이터 하제로프 작센 안할트 주총리와 슈테판 도걸로 독일 문화부 장관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22일 방한한다. 각종 한·독 교류행사는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