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 ‘제보자’가 16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하고 박해일과 이경영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황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진실추적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줄기세포 진실 논란은 2005년 11월 MBC ‘PD수첩’이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황 박사의 2004년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에서 사용된 난자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방송하면서 촉발됐다. 영화는 ‘PD추적’의 윤민철 PD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는 “제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이유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그의 연구 결과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해오던 심민호 팀장이 양심선언을 한다.
심 팀장은 이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과 함께 줄기세포 실험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벌어졌다고 폭로한다. 이에 윤 PD가 진실 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이 박사를 비판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여론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결국 방송이 나가지 못하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윤 PD 역할을 맡은 박해일은 어떤 외압에도 물러서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집념 강한 모습과 내면을 파고드는 디테일한 감정연기로 매력을 선보였다. 임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로 데뷔한 박해일은 13년 만에 임 감독과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군도’ ‘해적’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인 이경영은 전 세계를 주목하게 한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이 박사 역을 맡아 탄탄하고 안정된 연기로 지식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에 무게감을 더했다.
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나서는 윤 PD와 거짓으로 꾸며진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용기 있게 밝히는 심 팀장, 목적을 위해 진실을 감추려 하는 이 박사 등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영화는 시종 긴장감 있게 전개됐다.
사실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와 방송만 내보내며 공정성을 잃어버린 언론, 파헤쳐지는 사실을 감추고 은폐하려는 국가권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진실을 좇는 이들을 마녀사냥으로 매도하는 대중.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통해 우리 사회 이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스토리는 극의 밀도를 한층 높이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권력에 의해 진실은 쉽게 묻혀질 수 있고, 결국에는 드러나게 되는 진실이 가진 힘과 가치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 친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연출해온 임 감독은 “‘국익이 먼저인가 진실이 먼저인가’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믿고 싶은 거짓과 감추고 싶은 진실 사이에서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미리 만난 영화 ‘제보자’… 열혈 PD의 진실 추적 숨막힌 긴장감
입력 2014-09-17 04:20 수정 2014-09-17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