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찍은 ‘6초 영화’ 우습게보지 마세요

입력 2014-09-17 03:08 수정 2014-09-17 07:39
이준익·진원석·봉만대 감독(왼쪽부터)이 15일 서울 종로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막한 ‘제4회 올레 스마트폰 국제영화제’에 참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감독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나머지 두 감독은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KT 제공

스마트폰이 영화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영화감독들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싼 촬영 장비와 대규모 인력이 동원돼야 한 편의 영화가 탄생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촬영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만들고 보는 방식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혁명적인 변화를 맞은 것이다.

제4회 ‘올레 스마트폰 국제영화제’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가 1000여편 출품됐다. 10분짜리 단편영화뿐만 아니라 1분, 6초짜리 ‘영화’도 등장했다. 10∼73세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참여했다. 이런 짧은 영상을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15일 인터뷰에서 “영화가 일련의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내러티브’를 갖춰야 한다는 건 20세기의 기준”이라며 “이런 잣대로 새롭게 등장하는 6초 영화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6초짜리 영상은 국적, 언어, 역사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바인 등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면서 큰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상작 중에 ‘집에 언제 들어가지’는 술에 취한 남자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번호키를 누르는 6초짜리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내용은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타고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투 타이어드 투 다이’를 연출한 진원석 감독은 “공유된 동영상이 너무 길면 사람들이 안 본다. 5분 미만에 짧은 거라면 클릭해서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6초짜리 동영상을 무한반복(루핑)해 공유하는 ‘바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바인은 트위터에 3000만 달러에 인수되기도 했다.

봉만대 감독은 “6초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랑해’라는 말은 길어야 2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많은 수식어가 붙게 된다. 포장을 떼고 본질만 본다고 하면 6초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면서 “문자에 ‘ㅎㅎ’ 하나만 넣어도 많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가 후원하고 있는 올레 스마트폰 국제영화제는 올해로 네 번째다. 봉 감독은 “초기에는 영화를 하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점점 놀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은 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라도 일상의 기록이 가능하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영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과거에 찍은 영상을 다시 되돌아보는 셈인데, 사회의 모든 현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름대로 풀어내는 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올레 스마트폰 국제영화제’ 수상작 8편은 다음 달 15일까지 공식 홈페이지, 올레닷컴, 올레TV, 네이버 TV캐스트 등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