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아∼ 아버지”

입력 2014-09-17 03:50 수정 2014-09-17 07:39
‘스마일 퀸’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미녀골퍼 이보미(26).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2011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한 이보미는 올해만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깜찍한 외모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효녀골퍼’로도 유명하다.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건물을 지어 선물했을 정도다. 그를 오늘에 있게 한 주인공은 아버지 이석주(56)씨다.

딸만 넷인 집안에 둘째로 태어난 이보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아버지는 때론 기사로, 때론 매니저로 딸의 성공을 도왔다. 여느 ‘골프대디’들이 그랬던 것처럼 딸에게 헌신적이었다. 이보미 옆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1년여 전부터 아버지는 딸 곁에 있을 수 없게 됐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암 투병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6월에야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보미는 일본 투어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결국 눈물을 참아가며 경기에 임했던 이보미는 13일 메이저대회인 JLPGA선수권대회 3라운드 도중 부친이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눈물을 흘리며 11번 홀 그린에 올린 볼을 집어 들고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이보미는 이날 밤 고향인 춘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했고, 부친은 눈을 껌벅이며 딸을 맞았다. 그로부터 2시간여 후 아버지는 딸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16일 발인을 마친 이보미는 “일본으로 응원 온다고 하셨는데…”라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씨처럼 자녀를 뒷바라지하다 암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골프대디는 의외로 많다. 200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김주연의 부친은 지난 4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J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소희의 아버지도 2006년 폐암 투병 끝에 숨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인 노승열의 아버지는 갑상샘암으로 고생하고 있고, LPGA 투어 유소연의 부친도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임지나의 아버지도 간암 투병 중이다.

골프대디들의 잇따른 투병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에게 올인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어떤 아버지는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녀들을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겠다는 골프대디들의 헌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