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경기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에서 열리는 요트는 한국의 ‘숨은 금맥’으로 꼽힌다. 1982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인 한국 요트는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매 대회 금메달을 수확해 왔다. 수상 종목 가운데 조정과 카누가 중국의 강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와중에도 요트는 꾸준히 한국의 메달 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특히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두 대회 연속 금메달 6개를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요트는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에 머무르며 부진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요트는 바다에서 열리는 종목 특성상 조류와 날씨가 큰 영향을 끼치는데, 경기가 열리는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 마리나는 올초 완공된 만큼 외국선수들에게 노출이 덜 돼 국내 선수들에게 상당히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금메달 14개가 걸린 요트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요트의 부활을 이끌 주역은 레이저 종목에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하지민(25)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던 하지민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노린다. 소속팀이 인천이라 경기수역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이미 지난 7월 왕산 마리나에서 열린 아시아요트선수권대회에서도 2위와 큰 차이로 우승한 바 있다.
부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요트를 접한 하지민은 일찌감치 레이저급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4년 아시아태평양 레이저 챔피언십과 2007년 해군참모총장배 우승을 휩쓸며 10대 시절에 이미 국내 1인자로 등극했다. 187㎝의 키에 몸무게 80㎏의 체격 조건은 서구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국제 무대에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19세 때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세계 정상의 베테랑 선수들과 겨뤄 종합 28위에 올랐고, 2년 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권에는 적수가 없음을 알렸다.
다만 2012 런던올림픽은 그에게 아쉬움이 가득했던 대회로 남았다. 예선 1·2차 레이스 합계 6위에 오르며 한국 요트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6차 레이스 중도 포기와 7차 레이스 실격으로 순식간에 벌점 100점을 받고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아시안게임 2연패로 달랠 계획이다. 특히 그가 요트 세부종목 가운데 첫 번째로 출전하는 만큼 선두를 질주하며 사기를 끌어올리면 동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연습에만 매진했던 그는 16일 “워낙 주변의 기대가 크다 보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평소 실력대로 레이스만 제대로 펼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금메달을 자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천의 ★! 그대-⑦ 요트 하지민] ‘안방’ 인천 앞바다서 금빛 파도 가른다
입력 2014-09-17 04:14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