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브라질 현지 응원에 나서기 전 멤버들의 응원 훈련 모습을 내보냈다. 방송 후 인터넷 포털 등에는 ‘무한도전에 실망했다’는 글이 쇄도했다.
간접 광고(PPL)가 문제였다. 지나친 PPL이 방송 흐름을 깼다는 것이었다.
멤버 정준하는 야식을 준비하며 “교자군만두, 교자만두전골, 교자만두 넣은 떡볶이, 교자만두 참 맛있죠?”라며 쉴 새 없이 특정 회사 브랜드 이름을 외쳤다. 유재석도 특정 브랜드의 감자칩을 먹는 응원단 멤버들에게 뜬금없이 “몸 안 좋으신데 감자칩을 계속 드시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무한도전은 같은 듯 다른 PPL을 수 주에 걸쳐 내보냈다. 홍보 대상은 특정 브랜드 상품이 아니라 MBC 상암 신사옥이었다.
이달 초 MBC가 사옥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옮기며 ‘상암시대’를 연 뒤 무한도전 방송 장면엔 쉴 새 없이 신사옥이 배경으로 잡혔다. ‘도둑들’ 특집에선 멤버들의 미션 수행 과정에 예능 본부장의 집무실과 헬리포트장 등이 나왔고 ‘형광팬’ 특집에선 멤버들이 팬들을 신사옥 로비에서 만났다.
무한도전의 신사옥 알리기가 절정에 달한 건 지난주였다. 바로 ‘라디오스타’ 특집이었다.
그동안 MBC는 라디오 청취율을 올리기 위해 부심했다. 이를 위해 상암 신사옥엔 외부에서도 라디오 부스를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 특집에서 라디오 DJ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MBC FM4U채널에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고 어떤 DJ들이 있는지 소개했다. 방송 이틀 전인 11일엔 라디오로 먼저 이들의 목소리를 내보냈다. 이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무한도전 라디오스타였다.
방송 밖에서도 무한도전은 매년 연말에 열던 사진전의 시기를 앞당겨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상암 신사옥 미디어센터 1층에서 진행했다.
이를 두고 PPL의 건전한 활용방법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자사 홍보를 위해 무한도전을 지나치게 동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전 같았다면 MBC도 신사옥 이전 소식을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나 알렸을 것이다. 그런데 홍보 방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방송 관계자는 “흐름을 깨지 않고 적절히 홍보했다는 점에선 눈길을 끈다”면서도 “자사 신사옥 이전 소식을 몇 주간에 걸쳐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정보를 편식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줌인! 문화] 무한도전, 한달 내내 자사 신사옥 홍보… PPL 성공사례?
입력 2014-09-17 04:20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