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랑스럽지만… 새 예능 아이디어 없는 건가요

입력 2014-09-17 03:20 수정 2014-09-17 07:39
스타 2세들의 성장 모습이 담긴 예능·교양 프로그램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비슷한 포맷이 여러 채널에 쏟아지면서 전파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부르고 있다. 사진은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중인 배우 송일국과 세 쌍둥이 아들인 대한, 민국, 만세. KBS 제공
아기의 탄생은 가족의 기쁨이다. 결혼 후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며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은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임이 틀림없다. 이 때문일까. 최근 TV에선 임신과 출산, 육아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육아에 빠진 TV…아기 스타까지 등장=주말과 평일,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전파를 타는 육아 프로그램의 특징은 스타 2세의 동원과 리얼리티 콘셉트다. 초·중학생은 물론 영·유아와 신생아까지 얼굴을 내민다.

리얼리티 육아 방송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일요일 오후 4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윤민수(34)의 아들 후(8)가 가히 돌풍이라 불릴법한 인기를 얻었다. 후는 방송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동차, 라면, 통신사, 의약품, 아웃도어, 완구, 세탁기, 리조트 등 10여개에 달하는 CF를 섭렵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KBS는 동시간대에 지난해 11월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일요일 오후 4시)를 편성해 아빠와 아이들의 추억 만들기라는 경쟁사의 콘셉트를 따라갔다. 프로그램에선 격투기 선수 추성훈(39)의 딸 사랑(3)과 함께, 배우 송일국(43)의 세쌍둥이 대한·민국·만세(2),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34)의 딸 하루(4) 등이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 KBS는 1TV를 통해 교양 프로그램 ‘엄마의 탄생’(수요일 오후 7시30분)도 방영중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가수 강원래(45) 부부 등이 출연해 어렵사리 얻은 아기를 기르는 기쁨과 감동을 전한다.

SBS는 ‘오 마이 베이비’(토요일 오후 5시)를 통해 뮤지컬 배우 김소현(39) 부부와 쉐프 강레오(38) 부부 등 색다른 조합의 스타들을 출연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은 ‘육아의 고민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엄마들의 토크쇼 ‘맘토닥톡’(화요일 오후 12시)을 지난달 시작했다.

스타 2세의 TV 출연은 새로운 건 아니다. 2009년 첫방송 이래 장수하고 있는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일요일 오전 10시45분)의 경우 스타와 자녀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퀴즈를 풀어보는 형식이다. 초기 스튜디오형에서 관찰형으로 진화한 것인데 비슷한 포맷의 프로가 넘쳐나면서 전파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닮은꼴 육아 프로·불쑥 간접광고에 시청자 혼란=“방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온 카시트 어떤 브랜드인가요?” “주안이가 가지고 노는 자동차 장난감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다양한 육아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퍼지다보니 스타의 자녀가 사용한 유모차, 의상, 먹을거리 등이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방송이 끝나면 육아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들이 사용한 제품 관련 문의가 잇따라 올라온다. 이런 프로그램에 간접 광고(PPL)를 하기 위해서는 억대의 광고료를 제시해야 하는 건 물론 출연 아기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떠돈다.

어린이를 주 시청층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법 시행령 제59조3항에 따라 간접광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의 경우 예능·교양으로 분류돼 제재망을 피해갈 수 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에너지로 작용해 실패할 확률이 적다보니 방송사들이 이런 소재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칫 검증되지 않은 육아 정보는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지나친 간접 광고는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