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추정체 또 발견… 軍 비상

입력 2014-09-16 04:37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 잔해가 올 들어 네 번째 발견돼 군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범위와 시도가 그만큼 많았던 것임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일 강원도 삼척에서 세 번째 북한제 무인기가 발견된 뒤 5개월여 만이다. 백령도 서쪽 바닷속에서 발견됐으며 이번에도 군이 아니라 민간인이 찾아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오후 2시20분쯤 백령도 서쪽 6㎞ 지점 바닷속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조업 중이던 어선 선주가 닻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무인기 잔해로 추정되는 소형 물체가 따라 올라와 군부대에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무인기 잔해는 동체에 부착된 낙하산 줄이 닻에 걸리면서 수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인기 내부 부품들이 모두 조류에 휩쓸려나간 상태여서 발견 지점과 활동상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 잔해는 지난 3월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제 무인기와 외형이 비슷했으며 색상도 하늘색으로 같았다. 동체 앞쪽에 두 줄로 각각 3개의 구멍이 나 있는 것도 유사했다. 잔해는 엔진이나 카메라는 모두 유실됐으며 날개도 양쪽 모두 잘려나가 빈 동체만 남은 상태다. 내부에는 물에 오래 잠겨 있었던 듯 녹이 슬어 있었다. 크기는 가로 80㎝, 세로 1m로 표면에는 하얗게 긁힌 자국들이 많았다.

합참 관계자는 “무인기가 언제 바다에 빠졌는지, 어디서 추락했는지 추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상태”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무인기 잔해는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져 정밀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 영해 안쪽에서 운용하다가 떨어져 백령도 쪽으로 흘러왔을 가능성도 있고, 발견된 지점 주변에서 추락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령도와 북한이 많이 떨어져 있지 않고 북한이 주로 무인기를 휴전선 인근 접적(接敵)지역 군단에서 활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실험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도 앞서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와 마찬가지로 백령도 주변지역 정탐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백령도에서는 지난 3월 31일에도 무인기가 발견된 바 있다. 백령도에는 해병 6여단 등 군부대가 밀집돼 있는 군사 요충지인 데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군사력이 대폭 강화된 곳이다. 무인기에서는 백령도 지역 군사시설 일부를 찍은 카메라도 발견됐었다. 때문에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무인기를 보냈을 수 있고, 이 경우 백령도 내 우리 군 시설들이 상당 부분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무인기 발견으로 또다시 우리군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군은 무인기가 추락한 지 오래돼 녹까지 슬어 있었지만 어부가 아니었다면 존재 자체를 까맣게 모를 뻔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