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개발 때 ‘권리 보장’이냐 ‘강제 철거’냐… 협상전문가 고용 등 교회 대응에 달렸다

입력 2014-09-16 04:07
서울 신천동 강동중앙침례교회가 재개발조합과 대형건설업체에 의해 강제 철거당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교회가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에 대해 이정환 삼마씨앤씨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성락성결교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동네가 재건축되면 종교부지를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새 예배당을 짓고 부흥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이 지역에 교회가 5곳인데, 종교부지를 다 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업계획안에는 종교부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전 중구의 재건축지역인 태평5지구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목사는 15일 "구청에 민원을 하니까 겨우 하나를 배정해주더라"며 "곧 교회 목회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재건축조합 설립 전 단계로 아직은 교회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권리를 보장받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도시재개발 지역 교회들이 도시계획수립 초기단계부터 관여하고, 협상전문가를 고용하는 등 도시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재개발 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도시재개발 현장에서는 교회가 불이익을 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조합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종교부지를 주지 않으려 하고, 교회는 전문지식이 부족해 교회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목회지역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특히 도시재개발의 법적 근거인 도시정비법에는 종교시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종교부지 확보와 보상 여부는 순전히 교회의 대처에 달려 있다. 현재 전국 도시재개발 지역 내에 있는 교회는 1만여 곳으로 추정된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의 교회들은 기존 목회지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은평뉴타운에선 사업시행 이전에 5개의 교회가 있었지만 이 중 2개 교회만 종교부지를 확보했고 나머지 3곳은 강제 이전했다. 길음뉴타운에도 4개 교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1개 교회만 남았다. 당초 도시정비계획에는 종교부지가 아예 없었고, 이를 뒤늦게 안 교회들이 구청에 종교부지를 요구해 1곳을 배정받았다. 남은 1개 교회도 건물 보상가를 놓고 다투다 강제로 철거당했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에서 ‘월간교회건축’ 주최로 열린 교회건축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도시재개발과 관련해 교회도 면밀하게 대처해 교회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월간 교회건축 최혁재 대표는 “도시정비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시청, 구청, 조합설립추진위에 종교부지 요구 등 교회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교회 관계자가 추진위 이사, 감사 등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을 문서화할 필요도 있다. 경기도 광명의 한 교회는 교회에 좋은 지역을 배정하고 땅도 두 배로 주겠다는 조합의 약속을 문서로 만들어 교회 건축비 등을 충분히 보상받았다. 교회건축연구원 삼마씨앤씨 이정환 대표는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고 해도 도시재개발사업 과정 중 4번의 주민 공람기간을 통해 교회 등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며 “교회는 이 시기를 활용해 재개발지역에 종교부지가 있는지, 있다면 넓이 위치 등이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재개발사업은 도시 정비 기본계획 수립, 본 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신청,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인가, 사업 시행인가, 분양신청 및 관리처분 계획인가, 착공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정비구역을 신청할 때, 사업 시행인가 때, 관리처분 계획인가 때에는 공람기간이 있다.

도시재개발 관련 협상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영등포교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영등포교회는 전문가의 개입으로 종교부지 3000여㎡를 확보하고 150여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또 조합이 지하 토목공사비를 전액 부담키로 했다. 이로 인해 영등포교회는 4290여㎡에서 1만7850여㎡로 교회 연면적을 늘려 다음 달 착공한다.

또 대지 340여㎡, 연면적 470여㎡ 이었던 경기도 용인 D교회도 협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종교부지 690여㎡를 확보했고, 연면적 790여㎡의 성전을 조합이 지어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교회의 은행 부채도 조합이 모두 부담했다.

이 대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0번제를 3번씩 드린 교회가 재개발로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봤다”며 “하나님께 기도하되 우리도 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