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초고도비만 12년 새 4배 이상 ↑

입력 2014-09-16 04:24
IT 업체에서 일하는 서모(32·여)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다. 무작정 굶어도 봤고 헬스클럽도 여러 번 다녔다. 식이요법 제품이나 의약품을 사는 데 몇 년간 수백만원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요현상’만 계속 경험할 뿐이었다. 잦은 야식과 회식으로 입사 7년 만에 체중이 20㎏이나 늘었다. 서씨는 지금 154㎝에 80㎏이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다.

병원에서는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론 안 되고 위장 일부를 절제해야 한다는데 수술비가 1000만원이 넘는다. 서씨는 “자존감도 낮아지고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살이 쪄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살이 더 찌는 악순환이 계속돼 수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씨처럼 위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비만으로 고통 받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우리나라 초고도비만율은 2.9배 증가했고 특히 20· 30대는 4배 이상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빅데이터 1억여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초고도비만율은 0.5%, 고도비만율은 4.2%로 2002년(초고도비만율 0.2%, 고도비만율 2.5%)보다 평균 1.7배 이상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초고도비만은 ‘체중을 키로 나눈 값(BMI)’이 ‘35’ 이상인 경우, 고도비만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BMI가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BMI 30이 넘으면 전문적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로 보고 있다. 초고도비만인 경우엔 수술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비만 치료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에 많은 돈이 든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초고도비만은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에게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초고도비만율은 지난해 기준 20대 남성(0.9%)이 가장 높았다. 20대 남성의 초고도비만율은 2002년 0.26%였는데 12년 만에 4.8배가량 증가했다.

여성은 30대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초고도비만율은 0.69%로 2002년 0.11%보다 7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여성 초고도비만율이 가장 높은 건 60대였다. 30대 여성의 초고도비만율이 급증한 것은 서씨처럼 야근과 회식 탓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20·30대의 비만은 소아청소년기 비만과 연관이 깊다. 영양은 낮고 칼로리는 높은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고 운동은 적게 하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 고도비만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부터 기름진 음식에 친숙하다 보니 성인이 되고도 스스로 섭식 조절을 잘 못하는 것이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미국에서는 초고도비만과 관련이 있는 ‘수면무호흡증’이 20, 30대의 갑작스러운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며 “20대 이후 고도비만에 이르지 않으려면 청소년기부터 비만을 관리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