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의 아파트에서 6세와 4세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맘 윤모(34·여)씨는 방과 거실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촘촘하게 깔아 놨다. 인근 대형마트에서 사온 10여만원짜리 매트리스 5장을 남편과 집 구석구석에 설치했다. 최근 아랫집으로 이사 온 젊은 부부로부터 여러 차례 항의를 받은 뒤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이전에 살던 노부부는 특별히 항의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젊은 부부는 부인이 임신한 상태여서 소음에 민감했다. 매트리스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소음으로 두통이 생겼다”는 항의가 줄어들지 않았다. 윤씨는 아이들이 소파나 침대, 식탁의자 등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보지만 ‘그때뿐’이었다. 윤씨는 “저녁에야 얼굴 보는 아이들을 심하게 혼내기도 미안하다”며 “아랫집에 신생아가 태어나면 부부가 더 날카로워질 텐데…”라며 걱정했다.
층간소음으로 빚어지는 이웃 간 갈등은 대부분 아이들이 걷거나 뛰는 소리 때문에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15일 나왔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2012년 3월∼올 7월말 접수된 3만3311건의 민원 상담과 7770건의 현장 진단 서비스 신청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현장 진단 서비스 신청 원인을 분석해 보니 ‘아이들 뛰는 소리나 발걸음 소리’가 5659건(72.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표 참조). 망치질 353건(4.5%),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 225건(2.9%), 청소기·세탁기 등 가전제품 소음 198건(2.6%) 순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체중을 실어 걷거나 뛰어다니며 보폭이 짧기 때문에 소음이 더 요란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거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6116건(78.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립주택 858건(11%), 다세대·주상복합 796건(10.3%)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를 단순 해석하면 아이들의 소음을 줄일 경우 층간소음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결론도 도출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아이 탓만으로 돌리는 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설계와 시공을 한 건설업체가 원인 제공을 했고, 이웃 간 소통이 부족해진 세태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해결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대국민 공모전을 연다. 공모전은 △어린이 교육사례 △분쟁 해결 사례 △포스터·웹툰 등 3개 분야다. 15일∼다음 달 31일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접수하면 된다. 공단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층간소음 갈등 최대 원인은 아이들이 걷거나 뛰는 소리
입력 2014-09-16 04:08